유아론과 소통의 문제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3/25
가끔씩 실없는 토막글을 올려 놓고 낄낄거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아내가 '갑자기 돌았나?" 하면서 의아해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긴 글에는 소닭 보듯 하던 벗님들이 즉각 반응하면서 댓글을 잘 단다. 그럴 때면 작은 일이지만 서로 존재를 확인하면서 소통한다는 느낌,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도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만큼 말만 아니라 직접 소통하는 의미가 크다. 

따지고 보면 소통(communication)은 20세기 철학의 최대 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통에는 인간과 인간의 소통일 뿐 아니라 타자화되었던 다른 부류의 인간들과의 소통, 인간과 자연 존재와의 소통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자신 밖의 타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타자와 소통한다는 것은 비로소 철학이 진정한 의미에서 유아론(solipcism), 말하자면 우물안 개구리 수준을 벗어나는 첫 단계이다. 어떤 이들은 서양철학의 전 역사가 일종의 나르시즘(narcissism)의 역사와 다름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는 개울을 건너다 개울 물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서 빠져 죽는다. 마찬가지로 대상 속에서 오로지 자기만을 확인하는 나르시스트들 처럼 서양철학사의 2천년 역사를 통해 과연 타자가 존재했는가에 대해 의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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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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