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무지성
무지성 · 아님말고
2022/12/23
처음 깨달음이라고 부를만한 무언가를 얻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조악한 붕대 한 줄로 목을 감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의 까맣게 변해버린 무표정한 얼굴을 마주보며 죽음의 민낯을 처음 마주한 때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어깨주변 힘줄이 1개를 제외하고 전부 끊어진 덕분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소집해제 후 
(사회복무 전 꿈이었던 특전부사관 196기로 입교했으나 공수교육 중 어깨 탈구로 낙하산의 조종줄을 잡을 수 없게 되어 부끄러운 마음에 장교로 다시 지원하겠다는 거짓말로 도망치듯 퇴교 후 두려움에 사로잡혀 나약한 몸과 정신에 크게 좌절했다) 
아무런 의욕없이 흘러가기만하는 세월에 큰 미련도 없다는 듯 달관하던 이립의 나이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알음알음 알게 된 지인의 강력한 추천에 입사지원서를 넣은 암요양병원 원무과 직원으로 들뜬마음을 갖고 출근한지 겨우 한 주가 되었을 무렵

4월 1일 아주 짖궂은 장난도 어느정도 용서가 되는 만우절에 데이트 후 여느 커플과 다르지않게 집에가기 아쉽다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전화가 왔다.
친구가 자신의 방에서 아침부터 틀어박혀 대꾸도 없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게 답답하셨던 친구의 어머니께서 친한 친구들이 와서 허튼 시위는 그만하고 밖으로 나오게 해줬으면 하는 부탁을  받은 다른 친구의 전화였다.

내용을 전달 받은 나는 "에이 설마 아니겠지?" 라며 죽음을 암시하는 짖궂은 농담을 건냈고 전화를 한 친구도
멋쩍게 웃으며 "별일 아니겠지 어쨌든 집에서 만나자" 라고 한 후 바로 나이에 맞지않게 방안에 틀어박혀 우울감을 뿜어내고 있을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도착한 집에 굳게 닫힌 친구의 방 너머로는 아무런 반응도 들을 수 없었기에 안에 있는게 맞냐, 여자친구 만나러 나간거 아니냐는 질문에 전날부터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며 분명 안에 있다는 어머니의 대답을 듣고 문을 열기 위해 망치로 문고리 부분을 뜯어보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망치마저 부서져 버리고는 허탈감과 이런 낡은 문이 이렇게까지 열리지 않는 건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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