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는 어떻게 악마가 되는가
2024/09/24
우리가 되찾는 건 혼돈과 분노뿐이지
1초가 아깝다!
뭐 좀 물어봐도 돼요?
닥치라고 해도 돼요
누가 실수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죠
무조건 힘을 합쳐야 해요
정말 잘하고 싶어서 긴장이 좀 돼요
레지던트 생활은 얼마나 끔찍해?
넌 아마 상상도 못 하겠지
진짜 끔찍하고 힘들다고 말이야
근무도 100시간 일하고 두 시간 쉬고
그 일을 좋아하니까 하는 거겠지
그렇게 끔찍하고 힘들어도 말이야
식당도 100시간 일하고 두 시간 쉬지 않나?
위층에서 아빠 총 좀 가져올래?
난 내 머리에 총알 박을 테니
너희끼리 식사 준비나 해
내가 죽어도 다들 모를 테니까!
계산서를 주지 말고 감동을 줘야 합니다
얼룩 남은 접시 때문에 남은 접시들을 바꿨죠
45초가 날아갔고요 47초요
그런 시간을 낭비시켰으면 누가 됐든 책임져요
식당 전체를 위태롭게 했으니까요
압박에 익숙해지면 압박의 일부가 된다. 압박을 받는 자에서 압박을 주는 자가 된다. 여전히 스스로를 압박에 짓눌린 자로만 인식하겠지만 주변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식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괴성과 고성을 지르는 엄마, 하루종일 정성껏 요리한 음식이 놓인 식탁을 파괴하고 내던지는 엄마, 차를 몰고 집안으로 밀고 들어와서 부엌을 박살 내는 엄마, 비아냥과 멸시, 시비와 시비를 주고받다가 욕설과 주먹을 나누는 친척들, 피는 물보다 진해서 얼마나 불편한가. 카르멘(제레미 앨런 화이트)은 도망갈 곳이 없었다. 관심과 재능은 요리였고 이 또한 날벼락처럼 생성된 것이 아닌 부모에게서 온전히 흘러온 것이었다. 아버지가 차려서 망한 식...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