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모았습니다
2024/11/07
여기 내가 쓰고 싶어 쓴 글은 하나도 없다. <공동경비구역 JSA> 개봉 이전에는 돈을 벌려고, 이후에는 청탁을 거절 못 해서 썼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썼단 뜻은 아니다. 경위가 어떻게 되었든 어차피 맡은 일이라면 열심히 해야지. 마치 내가 스스로 쓰고 싶어 안달이 나서 쓰듯이 썼다. 그래야 즐거울 수 있으니까. 즐거워야 빨리 끝나니까. 빨리 끝내야 내 시나리오를 쓸 수 있으니까. 그런 맘으로 쓰다 보면 정말 그렇게 되곤 했다. 즐거웠지만 힘들었다.
박찬욱 <박찬욱의 몽타주> 中
내가 쓰고 싶어서 쓴 자기소개서 또한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쓰고 싶어서 안달 난 것처럼 썼습니다.
그래서 떨어진 걸까요.
취업 시장처럼 찬바람이 붑니다.
한기를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테무 이별
점심시간에 연구원 직원분들과 함께 산책을 하다가 각자 과거 얘기를 나눴습니다. 대학, 해외여행, 인턴 등등. 문득 차장님이 쓱 한 마디를 흘립니다.
난 옛날에 서울에 적(籍)이 없다는 게 되게 무서웠다? 한낮에 한강에서 막 울었어. 너무 반짝이는 도시에서 내 책상, 내 집 하나 없다는 게 너무 슬퍼서. 그게 무서워서...
(말하진 않았지만) 우연히 두 개 회사에서 모두 불합격 통보가 온 날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말을 공감하는 사람은 어쩌면 제가 유일했을 겁니다.
수많은 탈락을 겪다 보니, 연인과 이별하는 느낌이 듭니다.
'테무 이별'이랄까요.
- 불합격하셨습니다 = 우리 헤어져
- 제한된 인원으로 인하여 = 더 이상 널 좋아하지 않아
- 지원자님의 역량 부족이 결코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