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의 문제와 민중 결집의 가능성 - 임철우, <직선과 독가스>
1980년대 문학장에서 주로 대두되던 주장 중 하나가 ‘소설침체론‘이었다. 이것은 양적인 침체와 질적인 침체 둘 다를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소설침체론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은 후자였다. 그렇다면 이 질적인 침체란 무엇이며, 그 당시 이러한 담론을 주장한 진영 이 문학비평의 규준으로 삼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미학 적 차원에서의-리얼리즘이었다.
즉, 소설이 당대 현실의 핵심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그려내 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198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현실의 문제에서 5‧18을 빼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80년대 전개된 소설침체론은 5‧18과 그에 대한 국가의 후속조치에 대해 소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다는 인식 속 에서 제기된 주장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인식은 사실 동시대 전개되던 민중문학론과 그 맥락이 맞닿아 있기도 한데, ‘민중‧ 민족문학은 민중이 자각하는 과정을 재현해야 한다는 것’이 이 담론의 지향점이었고, 그 방 법론으로 많이 호명되었던 것이 리얼리즘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촘촘히 묘사함으로써 민중 의 폭발적 형성에 대해 말해야 할 문학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소설의 침체를 언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임철우의 작품들도 이러한 지점에서 백낙청을 위시한 ‘민족문학론’ 진영으로부터 비판받은 바 있다.
리얼리즘(내지 현실주의)가 우의적 요소를 처음부터 배격한다거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