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

정담아
정담아 · 읽고 쓰고 나누고픈 사람
2023/10/30
언젠가부터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쯤이 되면 여기저기서 호박 가면이나 까만 고깔모자, 해골이나 거미줄같은 장식을 보곤 했던 것 같아. 어느 샌가 익숙해진 핼러윈을 즐기려는 움직임이었지. 처음에는 기괴하게 느껴지던 그 장식도 차츰 으레 지나가는 연중 행사 중 하나로 여겼던 것 같아. 1월엔 신년 맞이를, 5월엔 연등 축제를 하는 것 처럼, 여름 휴가철 이벤트, 연말엔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말이야. 그런데 올해는 그런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아. 어쩌면 우리 일상에서 핼러윈이란 단어가 지워진 것도 같았지. 맞아. 작년에 우릴 충격에 빠뜨렸던 이태원 참사 때문이야. 벌써 1년 전의 일이라니.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해.
이미지 출처 unsplash
1. 공포에 포위된 타조

혹시 그거 아니? 공포에 포위된 타조 이야기. 어떤 위협이 다가오면 타조는 그 상황을 탈출하는 게 아니라 모래에 머리를 처박는대. 궁금하지 않니? 타조가 그렇게 행동하는 까닭이. 그렇게 하면 진짜 자기가 그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당장 눈을 감고 외면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눈을 감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에서 비롯된 그 멍청한 행동이 결국엔 진짜 스스로를 속이고 만 걸까. 나는 어떤 타조였을까. 

약 일 년 전, 참사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별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어. 어쩌면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타조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는지도 몰라. 우리 사회에서 무수히 벌어지는 참사 앞에서 그저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였을까. '이태원이냐'는 친구의 메시지에 '대체 무슨 소리냐'며 인터넷을 검색하던 나는 그저 에그, 그러게 왜 거기에 그렇게 몰려갔어, 라며 그 일을 무심하게 흘려보냈어. 사실 '압사'라는 단어가 주는 이질감이 있기도 했어.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깔려 죽는다고? 그게 가능해? 그리고는 또 다시 모래 속으로 고개를 처박았지. 어이없는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기보다는 그저 가까운 지인들에...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96
팔로워 82
팔로잉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