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새로 쓰는 ‘비판경제 교과서’ (1) - 경제학은 과학인가?
2023/08/13
『비판경제 교과서』연재순서
(1) 경제학은 과학인가?
(2) 생산 증대, 무조건 더 많이!
(3) 노사관계(다리와 버팀목의 관계)
(4) 부의 분배 희망과 난관
(5) 고용, 어떠한 대가를 치러야 하나?
(6) 장을 따를 것인가 명증된 법칙을 세울 것인가?
(7) 세계화 국민 간의 경쟁
(8) 화폐, 금전과 현찰의 불가사의
(9) 부채 협박
(10) 금융 지속 가능하지 않은 약속
본지는 갈수록 더 높은 수준의 글을 원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맞춰, 프랑스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비판경제 교과서(Manuel d'Economie critique)』를 10회에 나눠 소개하기로 하고, 그 첫 호를 소개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진이 의욕적으로 기획한 ‘비판경제학 교과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학적 ‘편견’을 낱낱이 깨뜨리며 우리를 진실의 심연으로 안내한다. 매회 주제별로 보여주는 탁월한 분석과 함께 세밀하게 작성된 그래픽은, 경제학과 같이 권위적인 고등학문이 왜 그토록 터무니없는 진단과 전망을 해왔는지 그 진실과 허구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학은 문과에 더 가까운 학문이었다. 주류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학문의 폐쇄성과 배타성을 유지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방편으로 숫자와 방정식으로 무장해 철두철미한 장벽을 쌓아 올렸고,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공학이나 수리학 못지않게 기술적인 학문으로 변모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경제과학의 실용주의적이고 교조주의적인 측면을 충분히 발휘해 가족, 출산, 결혼, 역사, 투표, 심리학 등의 전 분야로 팔을 널리 뻗치기 시작했다. 경제학은 마치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학문으로서 인간 행위의 보편이론을 확립하려는 듯, 지식의 제국주의를 펼쳤다. 본지 시리즈는 독자들이 더 자유롭고, 호기심 어린, 때로는 꿈에 가득 찬 시선으로 세상의 모든 현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인도할 것이다. -편집자 주
주류 경제학은 ‘정확한’ 과학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본문의 내용만큼 주류경제학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은 아니지만, 현대의 경제학은 말하자면 ceteris paribus 위에 또 다른 ceteris paribus 를 쌓아올려 가는 형국인지라, 경제모형을 만들었다 해도 그것은 경제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인식의 '출발선' 이 될 뿐이지, 현실을 설명하는 경제학적 '원리' 와는 실상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학문적인 정교성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고, 미시경제학 원론서 정도는 모든 사회과학분야 전공자들이 한번쯤은 완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적어도 CES 생산함수를 접했을 때 이게 어떤 논리를 함수식으로 구현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체계적인 사회분석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연구 몇 건들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계에도 잘 알려진 발견으로, 경제학자들은 자신과 함께 게임에 참여하는 상대방이 경제학 전공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협동 옵션보다는 이기적인 옵션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사회심리학계의 다른 연구에서는 '세상은 원래 정글 같은 곳이어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하게 마련' 이라고 개인적으로 믿는 사람들일수록 대학 전공을 고를 때 경제학에 더 많이 끌리고, 경제분야로 계속 커리어를 쌓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