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성은 열등한 것일까?

다다르다 · 말 못한 이야기를 글로 담습니다.
2023/06/06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어린 시절, 외할머니의 느린 호흡과 낡아진 몸을 닮은 완행열차를 타고 창문에 이마를 서너 번씩 부딪히는 시골길 버스 안에서 오빠 동생과 킬킬거리다 보면 도착하는 외가 가는 길은 너무 재미있었다. 더욱 좋았던 것은 제법 멋스러운 고독의 시간들이 어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 언니와 신나게 노는 것도 좋았지만 혼자 바라보았던 외양간 누렁소의 슬픈 코뚜레와 눈망울이 더 기억에 남았다. 낯익은 우리 집 벽지와 다른 할머니 방의 벽지를 보며 그 기하학적 도형들의 선을 따라가 보다 잠드는 일이 더 흥미로웠다. 언제나 그렇게 집이 아닌 곳을 가면 사람보다는 풍경이, 사물이, 날씨가 더 나를 둘러쌌고 그것들을 바라보며 혼자 꼬리에 꼬리를 물며 두서없이 생각을 이어가는 일이 좋았다. 나는 깊은 숲속에서 작은 창 하나를 달고 고개를 내밀어 세상구경을 하는 사람 같았다. 사람들 사이에 머무르는 것도 좋았지만 혼자 있는 건 더 좋았다.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출처: <월요일이 무섭지 않은 내향인의 기술>의 표지 이미지

"애가 참 어른스럽네."

엄마는 7남매 중 둘째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형제가 많았다. 그래서 외가에 갈 때마다 복잡한 호칭에 사람 수까지 많던 외가 사람들을 기억해 내는 것은 나에게 큰 숙젯거리였다.

추석 때면 엄마가 '이분은 큰 외할아버지, 저분은 둘째 외숙모, 저기 저분은...' 이렇게 꼬박꼬박 알려줘도 다음 해 추석이면 생각이 나지 않았고 어른들의 얼굴은 어떤 면에서 다 비슷했고 어떤 면에서 또 다 변해 있어 나를 고난에 빠뜨렸다.

그렇게 친척들이 잔뜩 모인 외가에 가면 엄마는 부엌에서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져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나는 그런 엄마가 그리워 부엌 앞을 서성였지만 막상 부엌문을 열고 들어가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지는 못했다. 그것조차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온갖 감각들은 부엌을 향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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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일을 하며 한 세상의 한 아이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작고 여린 것을 사랑하며 관찰하며 글로 풀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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