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고소고발이 두려워서, 영국 교사들은 노조에 가입했다

김영빈
김영빈 · 사회과학 전반에 관심 많은 경제학도
2023/07/21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으로 불거진 학교 현장의 문제를 보면서, 저는 노동경제학의 Murphy (2020) 논문이 생각났습니다. Journal of Labor Economics라고, 해당 분야에서 저명한 저널에 실린 논문입니다.
그동안 논문의 존재와 Abstract 수준의 내용만 알고 있었는데, 비극적인 계기를 통해 각 잡고 정독했습니다.  마음이 부겁네요.

영국에서는 근래 몇십년간 노조 가입률이 줄어드는 추세였습니다. 선진국 전반의 추세와 다르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이례적으로 교사들의 노조 가입률은 올라갔습니다. 영국에서 교사는 예전부터 노조 가입률이 매우 높은 직종이었기 때문에 더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왜 교사들의 노조 가입률이 올라갔을까요?

분석해 보니, 노조에 가입해서 학생들에 의한 고소고발로부터 보호받기 위함이 컸다고 합니다.
실제로 회귀분석 결과, 자기 지역서 발생한 교사 고소고발 사건 뉴스 보도는 이듬해 해당 지역 교사들 노조가입률을 유의미하게 높인다고 합니다. 사건을 통해 교사들이 고소고발 리스크를 의식하게 되고, 그 리스크를 보호받기 위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지요. 이 효과는 뉴스에 나온 교사가 자신과 인구집단적 특성(학교급, 성별)을 공유하는 경우 더 커집니다.
논문 저자는 더 나아가, 뉴스 보도 건수로 수량화되는 고소고발 위험이 1992-2010년 사이 영국 교원들의 노조 가입률 증가의 45% 정도를 설명한다는 결론을 냅니다.

논문에 나오는 흥미로운, 영국 교사 노동 현장에 대한 데이터들을 언급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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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주제와 관점을 거론하려는 박사과정생. 의견은 다를지라도 대화하면서 많은 걸 배우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갖고 싶습니다. 이메일: ybk04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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