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원작 속 여성들의 말: 절대, 절대 죽지마

윤지슬
윤지슬 · 콘텐츠를 다루고 만듭니다
2023/08/20
넷플릭스, <마스크걸>


고백하건대 나는 웹툰 <마스크 걸>의 열성팬이다. 처음 네이버에 만화가 연재 된지 십 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이따금 에피소드 하나씩을 무작위로 눌러 정 주행을 시작한다. 최근 드라마로 각색된 <마스크 걸>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이야기를 향한 세간의 평은 ‘자극적이다, 피폐하다’는 말이 주류를 이룬다. <마스크 걸> 서사의 많은 요소가 어둡고 폭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시즌 세 개, 무려 4년 가까이 연재된 이 만화의 전체 풍경에서 읽어낸 분위기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분절된 컷을 따라 매미/희세 작가가 그려내는 모미의 삶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마음 한 구석이 묘하게 편안해지곤 했다. 수없이 작품을 다시 본 까닭은 거기에 있었다. 살인과 다툼, 잔혹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그 풍경 안에서 모미는 절대로, 절대로 죽지 않았다. 아니, 절대로 죽임 당하지 않겠다 이를 악무는 것 같았다. 모미는 선하지도, 바르지도, 심지어 현명하지도 않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 이르면 적어도 한번쯤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텐데, 모미는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거듭 잘못된 선택을 하고 무언가에 휩쓸려 더욱 깊은 어둠으로 떨어지면서도, 그는 끝없이 삶을 욕망하고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모미를 좋아할 수는 없어도 응원했다. 죽고 싶은 밤이면 나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쥐고, 나처럼 누운 모미의 얼굴을 보았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인생은 계속 된다는 것. 마스크 걸은 이 사실을 선연히 보여준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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