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여전히, 배 안에 있다
2024/04/18
우린 여전히, 배 안에 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부끄러운 세대가 되지 않기 위하여
아이들을 보낸 지 벌써 10년입니다. 당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하며 고시공부를 전전하는 25세 대학생이었던 제게 4월 16일은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노라 울면서 다짐하게 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3년상을 치르듯 너희의 죽음에 대한 의미를 찾겠노라 버둥댔고 2017년 4월, 의미는커녕 스스로의 삶 하나 건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세월호 기억공간이 보이는 광화문 카페에 홀로 앉아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보낸 지 벌써 10년입니다. 당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하며 고시공부를 전전하는 25세 대학생이었던 제게 4월 16일은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노라 울면서 다짐하게 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3년상을 치르듯 너희의 죽음에 대한 의미를 찾겠노라 버둥댔고 2017년 4월, 의미는커녕 스스로의 삶 하나 건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세월호 기억공간이 보이는 광화문 카페에 홀로 앉아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보낸 지 10년이 되었을 때에는 그래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무언가를 영정 앞에 내어놓고 싶었는데, 매서운 세월의 바람 앞에 속절없이 풍화되어 온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10년이 지난 지금, 그 간의 마음을 매듭짓고 새롭게 다짐을 기록하고자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1. 2014년 4월 16일 : 우리 모두의 실패
돈과 물질, 권력과 허세로부터 인간과 생명, 자유와 평등을 향한 새 기풍을 진작하지 않는다면 팽목의 통곡은 머지않아 대한민국을 덮칠 것이다. 팽목은 이미 한국의 압축판이고, 세월호는 대한민국호의 다른 이름이다.
- <통곡의 바다, 절망의 대한민국>, 박명림 교수 한겨레 기고문 중
사실 그럴 줄 몰랐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사회가 얼마나 위기상황인지, 얼마나 붕괴의 조짐들이 많이 보이는지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10대 시절 중고등학교를 보내며 교육구조가 얼마나 처참하고 그 구조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신음하는지를 보아왔고, 대학에 들어온 이후 여러 학문과 글,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삶의 경험들을 통해 무언가 잘못된 거 같고 무언가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은 사회의 단면들을 바라보던 시절이었습니다. 내가 감각하는대로 정말 사회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으레 어른들이 이야기하듯 아직 10대의 순수함을 벗어나지 못한 청년의 시절에 바라보는 순진한 시선이었는지 스스로조차 잘 알지 못한 채. ...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들을 위한 연구훈련플랫폼 <연구탐사대>를 운영하고 있는 (주) 나이오트 공동대표입니다.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세월호 세대로서 개인적 차원에서 어떻게 성숙해야하는가,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야할까 고민이 많습니다. 고민할 지점을 제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인용해주신 여러 책들 또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월호 세대가 미국의 위대한 세대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을지, 흥미로운 화두입니다. 추가로, 연령대로는 세월호 세대와 겹칠텐데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지켜보며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단식투쟁에 맞서 폭식투쟁을 했던 이들(남성 청년들이 주도한 걸로 압니다)도 세월호 참사는 봤을텐데 악플을 열심히 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상에서 혐오와 조롱을 시연했으니까요. 그 흐름이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물결에 대한 백래시로 이어지고, 근 몇년간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능력주의 신봉으로 이어지고 있네요. 그 결과로 그들의 왜곡된 여론이 과잉대표되고, 그들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결국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함께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세월호 세대를 자처하고, 누군가는 능력주의 신봉자가 되어 세월호를 포함한 사회적 비극에 침을 뱉는 현실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같은 큰 사건은 개인의 배경, 성향,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전사회적 메타노이아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것도 참 씁쓸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해 거리를 두며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을 지키거나 한마디씩 말을 던지는게 참 아니꼽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대로 숨쉬기 쉽지 않은 요 며칠이었습니다. 계속 고민하며 살아야겠죠. 앞으로도 좋은 질문 던져주세요 :)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세월호 세대로서 개인적 차원에서 어떻게 성숙해야하는가,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야할까 고민이 많습니다. 고민할 지점을 제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인용해주신 여러 책들 또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월호 세대가 미국의 위대한 세대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을지, 흥미로운 화두입니다. 추가로, 연령대로는 세월호 세대와 겹칠텐데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지켜보며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단식투쟁에 맞서 폭식투쟁을 했던 이들(남성 청년들이 주도한 걸로 압니다)도 세월호 참사는 봤을텐데 악플을 열심히 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상에서 혐오와 조롱을 시연했으니까요. 그 흐름이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물결에 대한 백래시로 이어지고, 근 몇년간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능력주의 신봉으로 이어지고 있네요. 그 결과로 그들의 왜곡된 여론이 과잉대표되고, 그들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결국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함께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세월호 세대를 자처하고, 누군가는 능력주의 신봉자가 되어 세월호를 포함한 사회적 비극에 침을 뱉는 현실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같은 큰 사건은 개인의 배경, 성향,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전사회적 메타노이아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것도 참 씁쓸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해 거리를 두며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을 지키거나 한마디씩 말을 던지는게 참 아니꼽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대로 숨쉬기 쉽지 않은 요 며칠이었습니다. 계속 고민하며 살아야겠죠. 앞으로도 좋은 질문 던져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