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우리는 함께 죽어나간다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21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Crush]

차로 돌아오는 동안 치읓상과 이태원 참사에 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에 사는 일본인인 치읓상도 이태원 참사를 알고 있었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을 때 나는, 알고 싶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뉴스 사이트를 겨우 확인할 때마다 끝도 없이 늘어나는 사망자 수에 아예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압사당해 죽어나가고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야.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 뉴스도, 유튜브도 보지 못했다. SNS에 올라오는 글과 짧은 영상조차도.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걸 보고 내가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다큐멘터리 [Crush], Paramount
나는 세월호가 물에 잠기는 걸 보았던 사람이다. 뉴스 화면에 뒤집힌 배가 잡히고 그 아래로 전원 구조라는 자막이 뜨는 걸 보고는 그래도 다행이다 안도하고 평소처럼 아침 먹고 할 일을 했다. 오후 느지막이 뉴스를 확인했을 때 내가 본 것은 전원 구조가 오보였다는 소식이었다.

얼떨떨해서 뉴스에서 나오는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왜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는지, 전원 구조되었다는 오보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애초에 그 큰 배가 왜 물에 잠겼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머리가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배가 가라앉고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 동안 나는 무탈했다는 것이, 평소대로 먹고 일하고 늘어지게 쉬었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이후 이어진 일들은 훨씬 끔찍했다. 배에 문제가 생기자 제일 먼저 도망쳐 나온 선장과 승무원들, 그 와중에도 계속되었다는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 침몰 신고를 한 것도 승무원이 아닌 학생이었고, 출동은 했지만 세월호 측과 교신도,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도 하지 않은 해양경찰청, 해경들은 물에 빠진 승객들을 구하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고 하고.

기울어가는 배 안에서 서로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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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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