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의 고고인류학 162편 -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쿠스 시티(Крокус Сити) 콘서트 홀 테러 사태의 전말

알렉세이 정
알렉세이 정 ·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연구교수
2024/05/20
지난 22일 밤 8시에 예정된 락 그룹 피크닉(Пикник) 공연이 있었다. 여기에 크로쿠스 시티 홀의 입구는 뒤늦게 입장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그러나 홀 내부에는 이미 자리에 앉은 관객들이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등,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그 때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고 이에 일부 시민들은 공연을 축하하는 폭축 행사가 진행되는 줄 알았다. 모스크바 외곽순환도로(MKBD) 옆에 위치한 대형 복합 단지 전체를 울리는  자동 소총 소리는 축하 행사와는 거리가 먼 참혹한 풍경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최소 5명의 괴한들은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에게 총을 쏘며 건물 내부로 진입했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관객들을 향해 AKM 돌격 소총을 난사했다.
사진 : 불 타는 크로쿠스 시티(Крокус Сити) 콘서트 홀, 사진출처 : Антон Воронов / АГН «Москва»

갑작스러운 테러를 당한 한 목격자는 "수염을 기른 무장 괴한 5명은 훈련 받은 전사들 같았다. 건물에 들어서자 경비원들과 문 앞에 있던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한 다음, 문을 봉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소 두 명은 폭발물이 들어 있는 배낭을 들고 있었다"고 했다.  갑자기 들리는 총격 소리에 공연장 내부의 관객들은 출입구를 향해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순간, 1층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대 위로 몸을 피했고, 많은 사람들은 이에 반사적으로 좌석 뒤쪽에 몸을 피했다. 뒤늦게 크로쿠스 시티 홀에 도착한 한 목격자는 "입구에는 늦게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며 "갑자기 줄 뒤쪽에서 총격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괴한들은 총을 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때 홀 안에 콘서트를 취재하고 있었던 관영 리아 노보스찌 통신의 기자가 말하길 "홀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10여 분 동안의 총격이 이어지니 바닥에 엎드렸고, 안전이 확인되자 기어 나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어디에서 총알이 날아오는지 몰랐다"며 "당황한 사람들은 무대를 가로질러 출구로 빠져나갔다"고 증언했다. 이와 같은 목격자들의 증언들을 종합해 보면, 사건 현장을 봤을 때 영화에서 볼 법한 장면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총격 사건이 실제 상황인 줄 몰랐던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은 겁에 질린데다 놀라서 여기 저기 뛰어 다녔다. 사람들은 맡긴 옷과 소지품을 챙기지도 못한 채 건물 밖으로 달려나갔고, 일부는 건물 지하와 옥상 위로 대피했다. 그와 같은 상황임에도 ANK 소총의 총소리는 끊임 없이 건물 안에 들려왔다. 

한 목격자는 “총소리에 1, 2분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상황이 파악된 이후 지하철 방향의 출구로 달려갔는데,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사람들이 몰려 밀치고 넘어지고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과 창문을 부수고 있었다고도 했다.  다행히 공연을 준비 중이었던 피크닉(Пикник) 그룹 멤버들은 무사히 현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대피 소동이 벌어진 뒤,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복합단지의 건물 13,000㎡가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고 이에 인터넷과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무장 괴한 3명이 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총질을 하고 있고 배낭을 멘 2명은 폭발물을 설치하러 간 것으로 보여진다.  이날 총격 사건이 발생한 크로쿠스 시티 홀은 상업용 부동산 건설 및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크로쿠스 그룹이 크라스노고르스크에 지은 복합 단지의 일부이다. 

2009년 10월 준공된 이 복합단지는 크로쿠스 시티 콘서트 홀과 크로쿠스 시티 엑스포 전시장, 크로쿠스 시티 쇼핑센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 수용 인원은 10,000명에 달한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지 2시간 여가 지난 21시 30분에, 크로쿠스 시티 홀에서 두 번째 폭발음이 울리고, 건물 지붕이 내려 앉았다. 텔레그램 등 각종 SNS에는 괴한들이 공연장 건물 내부에서 무차별로 창문과 관객들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들과 놀란 사람들이 출구로 몰려가는 모습들이 담긴 영상들이 다수 올라왔다. 또 총에 맞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고, 공연장 건물 위로 검은 연기가 솟아 올라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인터넷으로 공유되었다. 

이에 모스크바 시(市) 교통당국은 지하철 승객에 대한 검색을 집중 강화했고, 택시 호출 서비스인 얀덱스 택시(Yandex Taxi)는 크로쿠스 시티 지역에서 탑승한 모든 승객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얀덱스 택시 측은 비용을 지불한 시민들에게는 이틀 내로 환급 조치를 했고 운전자에게는 회사가 비용을 전액으로 제공할 것이라 했다.  더불어 러시아 연방 항공국은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와 도모데도보, 브누코보, 주코프스키 등 4개 국제 공항의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더불어 탑승객들은 평소보다 일찍 공항에 와서 보안 검열을 받으라고 탑승객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한편 러시아 교육과학부는 각 대학들에게 주말에 대규모 행사를 자제하고 토요일에는 학생들을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도록 권고 조치 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이번 주말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모든 스포츠, 문화 및 기타 공개 행사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의 거의 모든 극장과 박물관은 23일과 24일에 임시 휴관하기로 했다. 뜨레찌야코프 미술관과 뿌쉬낀 박물관, 역사 박물관도 휴관한다. 볼쇼이 극장은 물론, 체호프, 소브레멘니크(Современник), 타간카(Таганка) 등 주요 공연장의 공연도 취소했다. 모스크바 쇼핑센터 연합의 알렉세이 블륨킨(Алексей Блюмкин) 부회장도 산하 쇼핑 센터가 보안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주말에 예정된 각종 공개 행사를 스스로 취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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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역사, 고고, 인류학적으로 다양하게 조사, 연구하기 위해서 역사, 문화적 체험을 중시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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