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몇 장에 달린 생존

백재민
백재민 · 포항사는 보통의 청년
2024/02/02
옆 집 할머니는 추운 날 새벽부터 집 밖으로 나오신다. 빨리 폐지를 모으기 위해서다. 할머니는 누가 봐도 낡은 옷 위에 머플러 하나를 걸쳐서 겨우 바람 구멍을 막고 있다. 분명 저걸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익숙하다는 듯이 장갑을 끼고 리어카를 끈다.

얼마 전 폐지 값이 반토막 나면서 폐지 줍는 노인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졌다. 때 되면 폐지를 모아다 주는 상인들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폐지수거 노인들의 삶이 팍팍해진 것을 두고 보자니 가슴이 먹먹하다.

사회구조적으로 폐지수거 산업은 제지 회사가 큰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지회사는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노인들(영세자영업자)을 통해 상품포장의 원료를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제지회사와 같은 초강자가 약자를 수탈할 때는 국가가 적극 개입해 중재해야 한다. 그게 헌법 정신이다. 헌법은 그 약자들이 시장으로부터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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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나고 자랐다.나고 자란 포항에서 3곳의 대학을 중퇴했다. 3번의 대학중퇴를 결정하는 와중에도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사회민주당이라는 진보정당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진보정치와 청년정치를 경험해왔다.지금은 이 경험을 밑거름 삼아 해야할 일들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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