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를 위해 매년 20조 원을 쓰는 미국

박주얼
박주얼 · 미국 소아과 의사
2024/04/10
출처: Pixabay - QuinceCreative


한국이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과 이에 따른 의료계의 반발로 시끄럽습니다. 정부는 미래에 의사가 부족할 것이기 때문에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하고, 의료계는 이와 같은 급격한 증가는 의학교육의 질의 저하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죠. 그냥 강의실 늘리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학교육은 강의실과 임상실습, 임상수련을 아울러 대략 15년이 걸리는 엄청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많은 계획이 필요합니다. 

제가 경험한 한국의 의학교육은 이미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의대에서의 시험은 의학 자체를 잘 이해하는지 평가하는 시험문제보다 매년 똑같이 나오는 문제를 정리한 "족보"를 누가 더 잘 외우는지 평가하는 성격이 짙었고, 4-8명의 동기들과 같이 도는 임상실습에서는 교수님과 전공의가 너무 바빠서 개개인의 능력과 노력과 무관하게 모두 똑같은 점수를 받는 등, 누가 좋은 의사가 될지 분별성 있게 평가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의대 정원이 60% 증원이 된다면, 이미 한계치에 있는 의학교육 시스템이 망가질까봐 우려됩니다.

게다가 제가 한국의 의대생으로서 바라본 한국의 전공의는 워낙 일에 치여 피교육자보다는 노동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전공의로서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한 것도 적잖아 있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수련을 받으며 이곳은 확실히 전공의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고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이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미국처럼 의료가 민영화된 나라는 찾기 어렵습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도 부실하고, 의료비도 워낙에 비싸기 때문에 병원을 잘못 갔다가 파산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미국에서조차 전공의 교육에는 정부가 돈을 엄청나게 쏟아붓는데요, 전공의 수련을 위해 미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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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소아과 수련중인 전공의 박주얼입니다. 한국의 의료와 미국의 의료, 두 시스템 사이에서 느낀 점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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