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와 ‘35%’가 쓴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4/04

한성안 /문화평론가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를 내려받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두 가지 얘기를 상기해 보자. 첫 번째 이야기는 유명한 ‘키티 제노비스 사건’이다. 1964년 3월 13일 새벽 3시 15분, 미국 뉴욕 퀀스 지역 주택가에서 노상강도가 지나가던 한 여성 키티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30여 분이 넘도록 여자는 격렬히 저항하며 도움을 청하며 절규했다. “살려 주세요. 이 사람이 칼로 찔렀습니다.” 주변의 집에 불이 켜졌지만 그뿐이었다. 목격자들도 모두 문을 닫고 불을 꺼버렸다. 직접 목격했지만,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총 38명 ‘방관자’의 차가운 외면 속에 키티는 쓸쓸히 죽었다. 1964년 3월 14일자 미국 ‘뉴욕타임즈’는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미국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회심의 미소를 짓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둘째는 호기심 많은 한 교수의 얄궂은 심리실험이다. 1961년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스탠리 밀그램 교수는 인간의 자율성과 도덕적 사고에 관심을 가졌던 듯하다. 그의 실험은 두 명의 참가자 중 한 명은 교사 역할을, 다른 한 명은 학생의 역할을 맡도록 설계되었다.

학생은 끈으로 의자에 묶인 채로 단어를 외우도록 하고, 교사는 학생이 틀리게 답하면 약한 전기 충격을 가하도록 하였다. 여기서 교사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15볼트에서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수 있도록 허용됐다. 학생의 성적이 나쁠수록 전압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물론 실제로는 고통이 가해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학생 본인은 실제는 아무런 전기 충격도 없는 상태로 비명만 지르도록 교육된 실험관계자였다. 곧, 학생은 사실 밀그램 교수의 실험에 참여하는 동료인 것이다. 피실험자인 교사는 이 사실을 모른다. 그가 가한 전기 충격이 실제로 전달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실험 직전 밀그램 교수는 피실험자인 교사들에게 단언했다. ‘이 실험으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질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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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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