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기준에서는 악당 혹은 머저리

곽경훈
곽경훈 인증된 계정 · 작가 겸 의사
2024/04/12
1.
보수적인 개신교회에서 모태신앙으로 성장하면 창조과학을 어렵지 않게 접할수있다. (창조과학뿐만 아니라 반동성애와 반뉴에이지 같은 괴랄한 사상도 쉽게 마주한다.)

사실 창조과학을 설파하는 강연도 제법 그럴듯하다. '가설에 맞지 않는 증거가 나오면 가설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과학입니다' 같은 지극히 정상적인 말을 한 후에 '이래서 진화론이 
틀렸습니다'란 증거를 천연덕스레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그 증거란 것이 죄다 이상하다. 예를 들어, '물의 끓는 점은 섭씨 100도가 아닙니다'라고 주장하며 섭씨가 아닌 화씨로 표기된 온도계를 사용하거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물을 끓이는 실험을 진행하는 식이다. 반동성애 강연도 비슷하다. '동성애는 죄악이며 폭력적일 뿐만 아니라 착취적이다'며 성범죄에 해당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그렇게 따지면 이성애에도 성범죄가 있으니 금지해야 한다. 나아가 목회자가 신도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그리 따지면 목사안수와 함께 '예방적인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도 그런 '맛보기 강연'은 깔끔하다. 진짜 문제는 다음부터다. '창조과학이 진리다'는 전제를 포기하지 않으니 모든 논리에 무리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거짓을 덮기 위해 새로운 거짓이 필요하고 그 새로운 거짓을 덮으려면 또다른 거짓을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냥 '창조과학은 유사과학일 뿐이다'고 인정하면 간단하지만 그걸 할 수 없으니 온갖 괴상한 논리를 펼치다가 '인간의 불완전한 이성으로 하나님의 완전한 창조를 이해할 수 없다'는 황당한 결론을 들이민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창조과학과 반동성애에 국한하지 않는다. ...
곽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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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메디컬에세이를 쓴 작가 겸 의사입니다. 쓸데없이 딴지걸고 독설을 퍼붓는 취미가 있습니다. <응급실의 소크라테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반항하는 의사들>, <날마다 응급실>, <의사 노빈손과 위기일발 응급의료센터>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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