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사람을 위한 달리기
2024/04/18
오래전에 포기했던 일을 다시 시작해 오히려 전보다 더 좋아하게 된 적이 있나요?
저에게는 달리기가 그런 존재입니다.
중학교 2학년까지 배드민턴 운동선수로 활동했습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의 시작은 항상 단체 러닝이었지요. 이 러닝은 종종 개인전으로 변형되어 결승점에 나중에 들어온 순으로 벌의 크기가 커지는 이벤트가 많았답니다. 결코 즐겁지 않은 이벤트죠.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저에게 '달리기'란 '벌(罰)'의 다른 말 같았습니다. 운동을 그만두고 오랜 시간이 지났고 필라테스, 요가,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해왔지만 달리기 만큼은 제 체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 후보로 가장 후순위에 있었던 셈이지요.
미라클 저널이 오늘로 488일 차가 되었습니다. 노트에 '달리기'라는 키워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건 올해 3월 4일 무렵이네요. '달리기 3km'라고만 적혀 있을 뿐 왜 달리기를 시작하려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앞뒤 페이지 몇 장을 들춰봐도 적혀있지를 않습니다. 다만 3월 4일에 적은 넋두리에서 '출처 없는 우울함'을 고민하는 내용의 글이 적혀있습니다만, 추측건대 신체 활동을 통해 당시 우울한 상황을 조금 개선해보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작은 회사 일을 돕고 있었고, 본격적인 이직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계획했던 일정보다 점점 더 늦춰지는 이직에 불안해하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3월 4일 자 내용에서는 '이 우울함이 연애를 하지 않아서인가?'라고 운을 떼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고 얼마 안 있다가 문제의 '틴더'를 시작하였고요).
감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영화 <아워 바디>의 타이틀 카피처럼 저에게 3월은 '멈추고 싶은 순간'이었고, 그 순간을 견디게 해 준 것이 '달리기'였습니다. 행정고시 8년 차 고시생 자영의 삶의 무게에 비하면 지극히 가벼운 수준의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고통의 감정이란 언제나 상대적이기 마련이니까요.
일주일 전, 10킬로 달리기 완주를 끝으로 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