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삶과 장밋빛 거짓말 - 정미경,<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비루한 삶과 장밋빛 거짓말 - 정미경,<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사람들은 누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힘들어한다. 도시의 삶은 더욱 그렇다. 욕망이 들끓지만 결핍은 공허하다. 둘은 정비례관계이다. 욕망이 넘쳐갈수록 결핍은 더욱 헛헛해진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도시의 사람들은 대학입시, 취업, 결혼, 출산. 적당한 시기에 맞추어 짜인 커리큘럼 안에 발맞추어 살아간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좋은’이라는 세상의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은 결국 ‘타인의 욕망’을 향해 있다. 내가 하고자, 이루고자 하는 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가. 뒤돌아볼 여유는 없다. 현실은 바로 현재를 쫓지 않으면 바로 낙오되어버리는 사회다. 보통의 도시인은, 결국 지쳐버린다.
그들이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순간의 작은 위안뿐이다. 월급날 예쁜 구두 한 켤레와 초코가 범벅이 된 케이크를 사는 것으로 위로를 건네거나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온라인 게임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이질감과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가상세계의 나 자신을 새로이 만들고 그 안에서 안식을 찾는다. 가상, 즉 거짓 속에 숨어버리는 것. 나를 분한 아바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욕망을 풀어내는 것. 그것만이 ‘보통의 도시인’에게 최선의 선택이다.
「무언가」와 「모래폭풍」 속의 화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들은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안고 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결국 현실을 피해 거짓에 집착하는 것은 다름이 없다. 두 단편 속 화자들은 모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통의 현실’의 문제를 떠안고 있다. 엄마의 빚과 남자친구의 바람. 진부하다면 진부한 클리셰적 요소이지만 그만큼 쉽게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요소다.
그야말로 구제불능의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