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크호는 왜 테마파크가 되었는가 - 매뉴얼과 기술지배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4/02/03
소비에트연방 말기 러시아 극동함대사령부의 주력함이었던 민스크호
민스크호는 왜 테마파크가 되었는가 - 매뉴얼과 기술지배

기술지배의 역사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송아지에게 코뚜레를 뚫는 모습을 지켜 본 적이 있는가. 연약하고 부드러운 코청에 나뭇살을 꿸 때 송아지는 고통스럽게 운다. 일소로 부리기 위해서는 송아지가 성체로 자라기 전에 미리 코뚜레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래야만 송아지를 일소로 길러낼 수 있다. 일소가 해낼 수 있는 작업량을 인간이 감당할 수 없다면 우리가 송아지의 고통을 면해줄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지금은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농촌에서는 일소를 부렸다. 쟁기를 끌고, 짐을 나르는 소는 인간의 30배에 해당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인간의 노동을 보조해주거나 대행해주는 중요한 가축이었다. 다른 문화권에서 말(馬)이 수행하는 역할을 떠올려 보아도 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처럼 가축을 기르고 활용하기 시작한 역사는 도구를 통해 인간의 노동력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호모파베르의 역사와 맞먹는다. 

손도끼와 수레바퀴로부터 시작된 기계의 역사는 이제 최첨단 정밀 가공 기계와 빠르고 거대한 운송 기계로까지 이어진다. 인간의 기술은 좀 더 빠르고, 좀 더 큰 힘을 내는 기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렇기에 기계의 가치는 주로 그 기계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속도와 최대량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 기계의 생명은 속도와 힘에 있다. 고전 물리학의 법칙(F=ma)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장치이자 도구가 곧 기계인 셈이다. 

근대 사회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의 복합적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이해다. 인문적 사유와 예술의 부흥, 그리고 법과 제도에 기반한 근대적 개인의 출현이 근대성의 한 축을 구성하는 부분이라면 그 다른 한 편에는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 개발의 역사가 자리하고 ...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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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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