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남성과 젊은 여성이 만드는 자연밥상
2023/11/17
집 앞 텃밭에서 시금치를 뽑아온 남자가 물을 틀고 시금치를 손질한다. 시금치 뿌리에 묻은 흙을 흐르는 물에 살살살 문지르는 장면 위로 남자의 독백이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온다.
그의 목소리가 말한다. 시금치 뿌리는 씻기가 어렵다고, 그래서 멋모르던 시절엔 가위로 잘라냈다고 말이다. 그런데 한 스님이 그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스님은 동자승으로 음식을 준비하던 저를 혼내지 않고, 떨어진 뿌리를 주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말하길, "제일 맛있는 부분을 버리면 안 되지"라고 하였고. 사내는 그 뒤로 시금치 뿌리를 잘라 버리는 대신, 뿌리째 씻어 손질한다고 하였다.
자연에서 난 음식을 제철에 거둬 요리하는 장면으로 가득한 영화 <열두 달, 흙을 먹다>다. 전업 소설가인 츠토무(사와다 켄지 분)는 어릴 적 동자승으로 지낸 경험을 살려 깊은 산골에서 생활 중이다. 먹을 수 있는 풀을 구분하는 법은 인근에서 사는 목수에게 배웠고, 요리를 하는 건 동자승 시절 요리를 담당한 스님에게 혼이 나며 터득했다. 마음 깊이 자리한 정서가 산이며 농사와 잘 어울리는 그다. 번잡한 도시 대신 귀촌해 사는 삶이 어렵지가 않다.
땅을 뒤져 죽순을 뽑는 동자승
영화엔 이런 장면도 있다. 봄이 와 푸릇한 죽순이 돋는 봄철이다. 그는 어릴 적 동자승으로, 나이든 스님과 함께 죽순을 캐러 나왔던 시절을 떠올린다. 스님이 어린 저에게 말한다. "땅 위로 솟은 것은 딱딱하단다"라고. 스님은 이어 "속에서 죽순이 밀어 올려 금이 간 땅을 찾아라"고 지시한다. 어린 동자승은 살짝 솟아 금이 가 있는 땅을 찾아 손을 밀어 넣는다. 그렇게 죽순을 캔다. 죽순을 감싼 두터운 껍질을 스님이 벗겨준다. 스님이 말씀하신다. "껍질은 버려라"고, "거름이 된다"고.
<열두 달, 흙을 먹다>는 한국 배급사가 적어놓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