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항해도 vol. 116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끝내 부결되었던 날, ‘해병대’가 적힌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자리한 예비역들이 울부짖었습니다. 해병대 예비역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한 보수 집단 중 하나입니다. 왜 보수 집단마저 보수 정권에 분노했을까요?

이번 폴라리스는 이 물음의 답을 쫓아갑니다. 한국 보수를 지탱해왔던 이념은 무엇인지, 그 아래서 군인은 어떻게 착취당했는지 톺아봅니다. 폴라리스 독자님이 생각하는 ‘한국 보수’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요? 아래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1 보수가 폭발했다.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지난해 7월, 경북 지역에서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해병대 제1사단 포7대대 소속 해병대원 130여 명은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일대에서 실종자를 찾으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보호장비 없이 맨몸으로 급류에 들어간 이들 중 당시 입대한 지 4개월 정도 된 채 일병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고, 이튿날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임무를 수행하던 군인이 사망했습니다. 당연히 책임자를 수사해야 합니다. 박정훈 수사단장을 중심으로 해병대에서 수사단이 꾸려졌습니다. 수사단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그런데 정국은 ‘수사 외압’이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지난해 7월 31일, 수사기록을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 ”라며 격노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른바 ‘VIP 격노설’입니다. 같은 날 대통령실 번호(02-800)로 여러 차례 이종섭 전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 온 일도 확인됐습니다. (한겨레, MBC 보도)

지난해 8월 2일, 채 상병 사건이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