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에세이3] 슬퍼만하기엔 열심히 달려왔어

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 · “일하고 꿈꾸고 저항하다”
2023/04/28
* 노동절을 맞아 작성한
  서울청년유니온 조합원의 에세이입니다.
  4월 24일, 26일, 28일 / 5월 1일, 3일, 5일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조합원 6명의 에세이가 공개됩니다.

공식적으로 ‘취업준비생’ 혹은 ‘백수’가 된지 3개월이 됐다. 따지고 보면 작년 12월 중순에 학기가 마무리되고부터 5개월이라고 봐도 무방하나 나름 치열하게 살았던 지난날의 나에게 보상을 주고 싶었다. 올해 2월 졸업식까지는 죽은 사람처럼 지냈다. 밖에서의 다양한 사람들은 내 인생에 영감이 되지만 에너지 충전은 또 다른 영역의 일이기 때문이다.

졸업을 하고 나니 사람이 무기력해졌다. 당장 내일의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불안했다.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남는 게 없었다. 학기 중에는 수업 듣고 과제하고 학생회 활동하고 동아리하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여느 대학생들과 똑같았다.

애초에 졸업이 두려웠다. 학생이라는 합리화이자 도망처가 필요했다. 학생회도 동아리도 봉사도 실습도 외부활동도 했지만 ‘대학생’이라는 타이틀로 공모전이나 서포터즈나 기자단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남아있었다. 핑계일지 모르겠으나 항상 시간이 없다고 느끼며 살았다.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실천하지 못하고 대학생 신분을 보내줬다. 이게 나는 아직도 후회가 된다. 자격증과 별개로. 

평소에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가 미워질까 봐 무서웠다. 졸업하고 난 뒤에는 전공 자체를 살리지 못할까 봐 겁이 난다. 전공을 좋아했고 공부하는 내내 즐거웠고 적성에도 맞는다고 생각하고 달려왔던 지난날을 부정당하는 느낌은 새롭게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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