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미국의 화해... 한일 화해가 민망한 이유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3/23
대통령실
역사가 쓰였습니다. 일제강점 이후 한 세기 가까이 이어져온 한일갈등이, 요 몇 년 경색되기만 했던 양국 간의 관계가 풀려나갈 조짐이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마주앉아 회담을 벌인 끝에 얻은 성과입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란 자평처럼 득의양양한 그의 주머니에서 분명한 결실들이 꺼내졌습니다.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 대 한국 수출 규제 일부 해제 같은 성취는 이 회담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이웃인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무려 5년 가까운 경색국면을 풀고서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복원한 것입니다.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습니까.

미국은 회담 결과에 대해 곧장 '역내 안보와 번영의 기틀'이 되리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섰습니다. 갈수록 가까워지는 중국과 러시아, 상존하는 북한의 핵위협, 더는 미국의 확고한 지배 아래 있지 않은 중동의 에너지 생산국들까지 고려하면 한일 간 관계복원엔 긍정적 요소가 훨씬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대통령실
   
그런데 왜 찝찝할까요. 관계가 풀리고 화합이 진전된 회담결과를 앞에 두고서도 영 편치 않은 마음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화합을 두고 불편을 말하는, 미래를 앞에 두고 과거를 쓰다듬는 그렇고 그런 반대론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 저는 한참을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외교란 실존하는 힘의 논리 안에서 가능한 최대의 득을 얻어내는 작업입니다. 때로는 현재적 안녕이고, 때로는 명분의 성취이며, 또 때로는 과거로부터의 해방이 그 득이 됩니다. 반면 현재적 손실이나 명분의 훼손, 신뢰의 상실은 실이 됩니다. 그러니 바람직한 시민이라면 우리가 무엇을 내어주고 얻었는지를, 그로부터 불안을 다스리고 희망을 키워냈는지를 헤아려 보아야 마땅하다고 하겠습니다.
   
분명한 것부터 따져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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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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