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약사의 정신과 방문기 1편 - 정신과는 몇번이고 나를 죽음에서 꺼내주었다

긍정약사
긍정약사 · 신경약리학 박사, 글쓰는 약사
2023/03/09
제가 정신과를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박사과정이었던 2014년 가을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업무량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치여 깊은 우울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우울에서 벗어나고자 정신과를 방문하였지만 일주일에 한 번 30분의 상담시간과, 7만5천원이라는 비용이 저에겐 큰 부담이었습니다. 2년 뒤인 2016년 초 대학원 4년차였던 저는 매순간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살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너무나 찾고 싶었습니다. 혼자서도 생각해보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만족할만한 답변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자기자신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요리를 직접해서 사람들과 함께 나눠먹는 것을 좋아했는데,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모든 행위를 하는 본인이 사랑스럽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고, 한편으로 부러웠습니다.
 
자살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대학원과정을 지속했다간 진짜로 자살을 실행할 것 같았습니다. 2016년 여름에 대학원 자퇴를 선언한뒤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중증 우울증, 성인 ADHD를 진단 받고 약을 먹고 상담을 받은 후, 저의 정신 상태는 허무할 정도로 금방 나아졌습니다. 자퇴하려고 했던 대학원 과정을 무사히 마쳐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우울증은 저를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저에게는 우울증이 만성 질병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때문에 평생을 관리하고 살아야 하듯이, 저는 이 우울증에 대해서 신경써야하는 것입니다. 몇번의 위기를 겪고 극복한 경험으로 우울증 위기가 와도 놀라지 않습니다. 또 다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2년전부터 저는  상담내용, 그에 대해서 한 생각들, 연결해서 읽었던 책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기록은 우울증을 또 다시 겪을 미래의 제자신을 위해서,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주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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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을 연구하여 박사를 받고 회사를 거쳐 지금은 서울대병원 앞에서 근무약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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