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에 가출 (8/8)

나철여
나철여 · 할미라 부르고 철여라 읽는다^^
2023/08/08
네시 사십 사분을 가르킨다.
내 손에 쥐고 있는 그 뭐라도 다 주고 싶은 아침이다.
눈꺼풀에 닿은 입추.
무서울 만큼 선을 긋는 새벽 기온이 피부에 와  닿는다.

여름이 바통을 건네주고 가을이 이어 달리려, 첫 발을 내 딛는다.
어젯밤까지 열대야는 이제 손을 흔든다.
풀벌레 소리가 유난 하다.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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