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패션이에요? 신념이에요?

RUM
RUM · 2020.04.03, 그 이후_
2023/04/14


6월이 됏다_
날씨는 화창하고, 나는 여전히 민둥민둥한 머리다_

빠진 앞머리는 나올 생각을 않는다_

빠진 앞머리가 나와야 머리를 기르지 싶어,
매일 면도기로 조심조심 머리를 민다_

면역력이 없는 암환자의 머리를 
면도칼로 밀어줄 수 있는 강심장은 많지 않다_

행여나 실수로 베이기라도 하면
그 뒷일은 아찔하기만 하니 말이다_

나는 그래서 매일 아침 쉐이빙 폼을 머리에 바르고,
뒷통수를 만지작거리며 면도를 한다_

앞머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며 기도하는 마음으로_

항암 할 때는 마지막 자유를 누린다_
항암 때는 먹히는 건 뭐든 다 먹으라고 한다_

항암 주사를 맞고 오는 날이면,
2주 동안은 뭘 먹어도 입에서 약 맛이 난다_

내 혀가 항암 약에 절여진 기분이랄까_

겨우겨우 먹을 수 있는 건,
물에 밥을 말아 물김치나 가자미 식해랑 먹는 것_

그 외에는 어떤 냄새도 나지 않는 가공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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