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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도전, 우주시대
위성에서 환경 관측 선도하는 한국, 다음은 ‘독자 탑재체 개발’이다
2024/12/10
에디터 노트
날씨나 미세먼지 등 환경, 재난 정보를 알고 싶을 때, 방송을 보거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곤 하죠. 그런데 이런 정보 상당수는 위성을 통해 우주에서 얻습니다. 지구를 하루에도 몇 번씩 돌며 수시로 '사진'을 찍어 정보를 얻는 지구 저궤도 위성의 활약도 대단하지만, 더 먼 곳에서 지구와 같은 속도로 돌면서 특정 지역을 자세히, 동영상처럼 관찰하는 정지궤도 위성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 같은 환경 및 기상 정지궤도 위성 분야에서 한국은 중요한 선도국입니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의 설명으로 알아봅니다.
지구정지궤도는 위성의 지구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궤도로, 적도 상공 3만 6000 km에서 지구와 같은 속도로 자전한다. 지상에 있는 관찰자에게는 항상 하늘 한 지점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덕분에 정지궤도 위성은 시공간을 연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수백 km의 고도에서 약 1시간 40분 주기로 비행하는 지구 저궤도 위성이 지상 한 지점을 하루에 1~2번 관측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림 1).
지구정지궤도가 가능한 공간은 우주에서 매우 제한적이다. 자연히 경제적 가치도 매우 높다 (그림 2). 1976년 적도 8개국이 주도한 보고타 선언에서 적도 상공의 정지궤도에 대해 영공 주권을 선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을 정도다.
지구정지궤도에 대한 최초의 상세 개념은 전 지구 무선통신을 위해 과학소설가 아서 클라크가 제시했다[1]. 이제는 상용 단계에 이른 방송통신 외에, 기상, 해양, 환경 감시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항법시스템의 경우에도 정확도 향상을 위해 정지궤도 위성을 계획하고 있다. 첫 지구정지궤도 위성은 1963년 미국의 신콤3(Syncom3)였고, 첫 지구정지궤도 기상위성은 1975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발사한 GOES-1이었다.
냉전 기술 경쟁 속에서 발전한 위성 관측
1957년 10월 러시아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을 지구 저궤도로 발사하자 미국은 세계 최고의 기술 선진국 자리에서 밀렸다는 충격에 빠졌다. 이를 만회하고자 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이듬해 2월 익스플로러-1 위성을 발사했고, 두 나라는 냉전시대 우주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익스플로러-1을 통해 태양풍에 의해 지구 자기권 내로 고에너지 하전 입자가 갇혀 남북으로 왕복하는 영역인 밴앨런대(Vam Allen Belt)를 찾으며 자존심을 되찾았다..
이어 1960년 텔레비전적외선관측위성(TIROS, Television Infrared Observation Satellite)이라는 텔레비전 방송 및 기상위성을 발사하며 위성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다. 이전까지 지상 한 지점에서 하늘 상태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기상을 관측하던 학자들은 위성에서 보여주는 구름의 이동 모습으로부터 드디어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 이후 1970년대말부터는 지구관측위성의 가시광 위성영상에서부터 미세먼지 농도를 산출할 수 있게 되었고, 성층권에 대한 관심으로 NASA의 BUV(Backscatter Ultraviolet Spectrometer) 위성으로부터 오존 기체의 농도까지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정지궤도 지구관측 선도하는 한국
여기까지는 지구 저궤도 위성이 거둔 성과다. 저궤도 위성의 이미지는 일종의 ‘스냅샷’이다. 스냅샷이 거둔 성과가 이 정도니, 지구정지궤도 위성이 촬영한 ‘동영상‘이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상태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줬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 지구정지궤도 위성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하며 지구관측의 선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세계 최초로 2010년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지구정지궤도 해양위성(GOCI)을 개발해 통신해양기상위성(COMS)에 탑재했고, 2020년에는 국립환경과학원과 지구정지궤도 환경위성 탑재체(GEMS)를 정지궤도 복합위성 2B호(천리안 2B호)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2,3].
환경위성 사업은 2008년 수행된 타당성 조사 기획 보고서의 참여 과학자들의 설계 요구조건을, 공학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한 정지궤도에서의 시간대별 대기환경 감시를 개념 설계부터 첨단기술로 실현해 낸 모범사례다([4].
국제지구관측위원회(CEOS, Committee on Earth Observation Satellites)는 2008년부터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관측하기 위해 3개 대륙에 걸쳐 연속 감시하는 편대비행체제를 기획했다. 한국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2020년 2월 정지궤도 환경위성을 띄우며 그 첫 축을 완성했다[5]. 한국에 이어 NASA가 2023년 4월에 템포(TEMPO) 위성을 발사했으며, 유럽우주기구(ESA)는 센티넬-4(Sentinel-4) 위성의 UVN 탑재체를 2025년 중 발사할 예정이다. 전 지구 대기질 감시를 맡을 지구정지궤도 편대비행체제가 첫 기획 이후 17년만에 완성될 예정이다.
천리안2B호에 탑재돼 발사된 환경위성탑재체(GEMS, Geostationary Environment Monitoring Spectrometer)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주도의 사업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미세먼지와 이를 만들어내는 전구체인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포름알데히드(HCHO), 글리옥살(CHOCHO), 그리고 대류권 오존(O3) 농도를 측정해 제공한다.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받은 대기 중 기체는 특정 파장의 광자를 흡수하고, 나머지 파장의 광자는 투과시키거나 산란시킨다. 광자를 흡수하는 파장은 기체마다 다르게 형성돼 마치 유전자 정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위성에서 원격으로도 측정할 수 있는 이유다 (그림 3).
천리안2B호에 탑재돼 발사된 환경위성탑재체(GEMS)에 의해 대기오염의 이산화질소(NO2)의 양이 시간대별로 변화하는 것을 모니터링 한 예를 보여줄 수 있다. (그림 4). 또한 황사와 동해 산불에 의한 미세먼지 이동 상황을 측정할 수 있다 (그림 5).
이 가운데 대류권 오존은 호흡기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기체로, 여름철 국내 많은 지역에서 대기환경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다른 오염 기체와는 달리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미세먼지와 달리 대중의 눈에 보이지 않아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6년 NASA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수행한 KORUS-AQ(Korea–United States Air Quality) 필드 캠페인에서는 한국의 오존 농도가 지표뿐만 아니라 대류권 상공에서도 높은 배경 농도 분포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주변 국가로부터의 유입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며, 이는 정지궤도 위성을 이용하면 측정과 감시가 가능하다.
환경위성 탑재체(GEMS)는 동아시아 지역의 대류권 오존 분포 및 이동, 장거리 미세먼지 이동, 산림 화재에 의한 대기질 저하, 화산 폭발에 의한 화산재 이동, 대기 오염 기체 확산, 해상 선박 경로에서의 대기 오염 물질 배출, 남아시아의 생체(biomass) 야외 소각 문제 등을 다양하게 관측해, 대기오염 물질의 시간대별 변화를 우주 공간에서 처음 볼 수 있게 해줬다. 19세기 말 뤼미에르 형제가 연속 사진을 통해 동영상을 최초로 만들어낸 순간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아직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성과로, 한국이 지구정지궤도를 활용한 환경감시에 있어 국제적으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성을 이용한 대기환경 감시의 현황과 계획을 시간과 공간의 해상도로 표시하였다 (그림 6).
확대되는 환경, 대기 관측
천리안2B호 환경위성 자료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독자적으로 자료 처리 알고리즘과 항공장비를 개발했으며, 아시아 지상 관측망을 구축했다. 또, 아시아 지역 내 자료 배포 체계를 만들고 역량 강화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시아 지역 자료 배포 및 역량 강화 사업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판도라 아시아 네트워크(PAN) 사업을 통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아시아 지역 내 대기환경 감시와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지상 측정 자료를 모아 환경위성탑재체(GEMS) 환경위성 자료처리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검증하고 개선하도록 상호 환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GEMS 및 TEMPO 탑재체의 지상 버전인 판도라 장비는 위성 탑재체의 성과 확산 사업으로 NASA에서 개발했다. 판도라의 관측망은 NASA에서 미세먼지 감시를 위해 전세계 700여 사이트에서 운영해 온 에어로넷(AERONET)을 대기오염 기체로 확장한 것이어서, 향후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에 GEMS의 항공기용 탑재체로 항공기 환경모니터링스펙트로미터(EMSA)도 개발됐다.
탑재체 독자 개발을 꿈꾸며
지구정지궤도 활용 측면에서 선도적인 노력이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탑재체 기술이다. 탑재체는 위성 임무 가운데 감각기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자광학, 분광학, 검출기(Detector), 알고리즘 기술 등 정교한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은 위성 본체 및 운용 기술, 그리고 지구관측 영상 탑재체 기술은 확보하고 있지만, 초분광 또는 적외선 등 응용 탑재체 기술은 별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 탑재체는 현업 운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외 도입해왔으며, 그나마 해양 탑재체와 환경 탑재체의 경우 각각 아스트리움(Astrium), 볼 에어로스페이스(Ball Aerospace)와의 국제 협력을 통해 항우연에서 (초)분광탑재체의 시스템 설계 기술과 광학부 등의 제작 기술을 일부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항우연과 쎄트렉아이(SATReCi) 등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우주테크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탑재체를 개발할 날이 하루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글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지구환경연구소 교수·연세 이윤제 펠로우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시리즈 기획 임효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시리즈 기획 임효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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