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들겠지'만
2024/12/20
국을 끓여야겠다 싶을 때 국을 끓인다
국으로 삶을 조금 적셔놓아야겠다 싶을 때도
국 속에 첨벙 하고 빠뜨릴 것이 있을 때도
살아야겠을 때 국을 끓인다
세상의 막내가 될 때까지 국을 끓인다
이 시의 제목은 <11월의 마지막에는>입니다.
11월 마지막 주에 이병률 작가의 시를 쓰려고 오래전부터 이 '깜짝 꽃다발'을 챙겨뒀습니다. 하지만 '깜짝'은커녕 '깜빡'하고 말았습니다. 무시무시한 '계엄', '처단', '사살' 같은 단어들과 함께 시간이 '순삭'해버렸죠.
11월의 마지막에 해야 할 일이 고작 국을 끓이는 일이라니. '작가도 참.. 허송세월을 보내는구나' 싶다가도 '내가 하는 일이 국을 끓이는 일과 뭐 그리 다르겠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11월이 아니라 12월에 이 말을 써도 크게 다르지 않겠습니다.
삶의 농도가 진하게 우려질 때까지 팔팔 끓이는 중입니다. 연구원 막내인 저는, 오늘도, 그저 도비처럼, 성실하게, 눌어붙지 않도록, 주걱을 휘휘 저을 뿐이죠.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이라는 11월이 떠나갔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만 기억을 알사탕처럼 데굴데굴 굴려봅니다. 하지만 (보르헤스의 말처럼) '이 모든 건 결국 사라질'테죠. 입 속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어느새 쪼그라든 알사탕처럼요. 좋았던 것도, 나빴던 것도 모두 다 왜소해지겠죠.
그러니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일단 빨리 써봅니다. 아직 다 녹이지 못한 알사탕을 하나씩 후드득 꺼내보겠습니다. 윽 더러워.
두 번째 청산
시계를 7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약 1달 전) 조현천 기무사령부 사령관이 한민구 국방부장관 지시에 따라 비밀문서 하나를 만듭니다. 그리고 약 1년 반 뒤, 이 문서가 세상에 공개됩니다. 이름은 <대비계획 세부자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받아들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