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난무하는 시대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5/25
출처-픽사베이
   알랭 코르뱅(1936∼, 프랑스 역사학자)은 『침묵의 예술』에서 이렇게 썼다. “장소의 내밀함, 집은 물론이고 방과 방안 사물들의 아늑함은 침묵으로 짜여있다. 18세기 들어 감수성이 예민해지면서 숭고미에서 영감을 받은 사람들은 사막의 헤아릴 수 없는 침묵을 감상했고 산과 바다, 들판의 침묵에 귀 기울였다.”

  여전히 방은 존재하고 사물들도 방안에 가득하고, 망가지기는 했지만 산, 바다, 들판, 사막도 어딘가에 아직은 존재하지만 18세기의 감수성과 침묵의 아늑함은 지구에서 사라졌다. 침묵의 아늑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소란스러움이 있다. 해가 져도 집안에서는 냉장고 소리, TV 소리가 계속 나고, 집 밖에서는 오토바이 소리가 요란하다.

   예전에도 침묵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밤이 되었다고 모든 것이 침묵하지 않았고 새들이 울거나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요란했다고 말이다. 인정한다. 물리적으로 완전한 침묵이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리 하나하나를 온전히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었고, 그렇게 듣기 위해 동원된 것, 그것이 바로 침묵이었다. 

   이제는 침묵을 동원할 수 없다. 아무리 침묵을 데려다 놓아...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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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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