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개인을 선택하지 않겠다

이재랑
이재랑 · 살다보니 어쩌다 대변인
2022/03/03


 빛나는 개인을 믿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사람은 언제든 망가질 수 있고 당신은 곧 당신을 망가뜨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지 오래다.

 대선이 시큰둥하다. 특정한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아서 그러하다. 어떤 이가 된대서 나라가 망하지도 않을 것이고, 다른 이가 된대서 세상이 개벽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할 때면 장엄하게 나를 꾸짖는 사람들이 있었다. 철딱서니 없는 나를 비난하며 세상을 바꾼 걸출한 정치 지도자와 그보다는 더 자주, 세상을 망친 정치인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그 믿음이 자못 장엄하여 토달지는 않았으나 결국 나를 설득하지는 못하였다.

 그저 개인에 대한 사람들의 과도한 기대감과 혐오감이 나는 시큰둥하다. 누가 되든 대통령이란 언제나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치는 존재일 것이고, 그 실망감과 분노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우리의 열망마저 잠식하고 말 것이다. '세상이 좋아질 거라는 말은 죄다 거짓말이었고, 거짓말한 너를 나는 혼내주겠다.' 상대편을 혼내주겠다는 분노만이 가득한 지금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이 자꾸만 가라앉는다.

----

 쉬는 날이면 온종일 방구석에 누워 있는 사람에게도 꿈은 있는 것이다. 빛나는 개인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의 여러 열망이 지금껏 이 세상을 좋게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까닭에 나는 오랫동안 진보정당의 당원이었다. 물론 그것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좋은 사람들과 한 편이 되고...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2023~) 정의당/청년정의당 대변인 (~2022) 10년 차 사교육 자영업자. 작가가 되고 싶었고, 읽고 쓰며 돈을 벌고 싶었고, 그리하여 결국 사교육업자가 되고 말았다. 주로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과 시험성적을 꾸짖었다.
35
팔로워 319
팔로잉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