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영혼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소설가
2024/04/25
직접 촬영
  사물이 아닌 것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매력적인 이 뭘까. 영혼이지 않을까 싶다. 그토록 중요한 것이니 괴테(1749∼1832)의 『파우스트』속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명예, 부, 쾌락을 주고서라도 영혼을 사려고 했을 것이다. 

  작품들도 영혼에 의해 가치를 평가받는다.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조악한 작품이라도 뭔가 마음을 끄는 부분이 있으면 이렇게들 평한다. “소울이 있어.”, “소울이 느껴져.” 그것으로 작품은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시나 소설, 에세이를 읽을 때도 한 사람의 중심에서 그 사람이 거처로 삼았거나 삼고 있는 공간과 시간에 깊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강한 파동을 가진 작품들을 찾아서 읽게 된다. 그렇지 않은 책들은 덮을 수밖에 없다. 영혼이 없어서다. 

  전율의 파동은 아름답게 치장된 문장에서 흘러나오지 않는다. 수직에 가까운 대역폭을 지닌 사유가 만들어낸 전율의 문장에서 나온다. 그런 문장을 만나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번개가 내려친 전기가 지나간다. 그런 문장을 만나야만 책을 읽은 걸로 셈할 수 있다. 영혼이 있어서다. 

  ‘영혼’은 누구에게나 있다. 인간 신체의 중심에는 아직 언어가 되지 못한 것들이 뜨겁게 끓고 있는 ...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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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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