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넥스트 스텝

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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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포르쉐가 상장했다.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에서 포르쉐는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자 한다.

  •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Porsche)'가 독일 증시에 등장했다.
  • 포르쉐는 단숨에 글로벌 완성차 시가총액 순위 5위권에 진입했다.
  • 포르쉐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미래에 무엇이 되고자 하나?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REFERENCE_ 카이엔

포르쉐의 새로운 시도는 항상 슈퍼카 업계에 뉴노멀을 제시했다.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고, 희소성을 하나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 슈퍼카 업계는 그것이 하나의 전략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큰 약점이기도 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카 업체들은 모두 경영난을 겪고 양산차 모회사에 소속된 상태다. 포르쉐 역시 유사한 위기를 겪었다. 1990년대 적은 모델 포트폴리오와 경제 유동성이 겹치며 포르쉐는 한 해에 1만 대의 차를 겨우 팔 수 있을 정도의 위기를 겪었다. 그런 포르쉐를 위기의 구덩이에서 건져낸 것이 포르쉐의 첫 SUV 모델 ‘카이엔’이다.
KEYPLAYER_ 벤델린 비데킹(Wendelin Wiedeking)

1993년부터 2009년까지 포르쉐의 CEO를 맡았던 벤델린 비데킹은 포르쉐의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수익성이 없는 모델을 폐기하고, 1996년 엔트리 모델 ‘박스터(Boxter)’를 출시했다. 2002년에는 스포츠카 업계 중 최초로 SUV 모델인 카이엔을 내놓는다. 기존 슈퍼카 애호가들에게 카이엔은 적잖은 반발을 불렀다. 실용성의 대표 주자와 같은 SUV가 슈퍼카라는 감성, 정체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카이엔 출시 이후 포르쉐의 시장 가치는 3억 유로에서 250억 유로로 성장했다. 벤델린은 2006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제품은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취미이지, 자동차 사업이 아닙니다.” 2021년 포르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중형 SUV인 ‘마칸’, 2위는 준대형 SUV인 ‘카이엔’이었다. 뒤늦게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도 SUV를 내놨다. 포르쉐는 슈퍼카 업계의 태생적 한계를 모델 다변화로 대응했다.
KEYPLAYER_ 루츠 메쉬케(Lutz Meschke)

포르쉐의 상장은 포르쉐가 더 이상 완성차 브랜드가 아닌 모빌리티라는 더 큰 분야를 꿈꾸고 있음을 드러낸다. 폭스바겐과 포르쉐의 CEO인 올리버 블룸(Oliver blume)와 함께 상장 소식을 알린 포르쉐의 CFO 루츠 메쉬케는 투자 전문가다. 그는 경영 컨설팅 회사인 ‘KPMG’에서 감사 실장을 맡았고 오랜 시간 경영학을 공부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목표는 루츠에게 있어 시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대주제다. 과거, 벤델린의 혁신이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통한 타깃 확대였다면 메쉬케의 전략은 자동차에만 머물지 않는다. 안정적인 배터리 확보와 녹색 어음 발행 등을 통해 자동차를 넘어선 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자 한다.
INSIGHT_ 자동차에서 모빌리티로

포르쉐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자동차가 가진 전통적인 감각이 유효한 소비 트렌드가 아님을 반증한다. 야수의 포효와 같던 자동차의 배기음은 지속 가능한 매력 포인트가 아니다. 자동차의 성능을 보장하던 지표인 제로백(0-100)은 내연기관보다 전기차에게 유리한 지표가 됐다. 이 변화는 모든 사치재가 마주한 변곡점이다. 부유함을 상징하던 천연 가죽은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라는 이슈와 정면 대치한다. 정교함이라는 모더니즘적 감각을 대체하던 명품 시계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스마트워치로 대체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이 변화는 피해가기 어려웠다. 큰 배기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운전하는 거친 감각은 결국 바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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