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적당한 거리

이창
이창 · 쓰고 싶은 걸 씁니다.
2022/11/21


  어릴 적 매미 자석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타원형의 둥그런 자석 둘을 공중으로 던지면 그 둘이 달라붙으면서 찌르르, 마치 매미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자석 장난감입니다. 타원의 끝부분으로 붙여보려 하면 사이에 투명한 구슬이라도 있는 듯 막혀 미끄러지고 옆면을 가져다 대면 금술 좋은 부부 마냥 찰싹 달라붙어 떼어내려면 상당한 힘을 요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평소처럼 가지고 놀다 매끈했던 자석의 옆면이 어느새 까칠까칠해져 있는 걸 봤습니다. 공중에서 격렬하게 부닥칠 때마다 둘은 서로를 갉아내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얼마 못 가 자석 한 쪽이 두 동강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머지 한 쪽도 닳을 대로 닳아있던 걸 보니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 겁니다. 부서진 조각을 버리면서 다른 쪽은 어떡할까 했던 게 떠오릅니다. 다만 이미 볼품 없어진 그 장난감은 다시는 누구의 손에도 쥐어지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고달픈 일은 단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적당한 거리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너무 가까이 여기면 실망과 아픔이 돌아오고 멀리 여기면 삶이 외로워져만 가는 듯해 그 중간값의 가장 적당한 거리,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는 수식을 찾으려 했는지 모릅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이라면 각자의 마음속에 매미 자석을 가지고 놀던 꼬마와 많은 게 시시해진 어른 아이가 남아 저마다의 경험치로 가족, 친구, 연인 어쩌면 원수지간까지 각개의 거리감들을 좁히고 늘려보며 해답을 찾아 보았을 겁니다. 왜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간격이 필요할까요? 이러한 의문은 오래도록 해소되지 않고 우리 곁을 맴돌며 몸과 마음을 괴롭힙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의 감정에 심취해서 나의 사정과 인연 만이 특별해 보인다거나, 주변 세계와 나 사이를 올바르게 경계하지 못할 때마다 한 인물을 통해 그 물음을 되짚어보곤 합니다. 



한 번의 키스는 한 인간의 삶을 망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아주 잘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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