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인 더스트> 자본주의는 카우보이도 금융전문가로 만든다

서준수
서준수 · 꿈꾸는 현실주의자
2022/02/23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 나타난 현대 자본주의와 소유권 제도에 대한 단상이다. 

과거 시대극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현대적인 카우보이들이 등장한다. 미국의 개척시대에 나타나는 무법과 황량함에 관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액션 가득한 서부극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잔잔함 마저 느껴진다. 영화 중반까지도 이 영화는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를 인내하면서 보았다. 한국의 욕쟁이 할머니를 닮은 미국 시골의 한 식당에 있는 할머니 웨이트리스가 이미 정해진 메뉴를 읊으며 다른거 주문하는 자에게는 쌍욕이 날아갈 수 있음을 경고하며 쿨내 진동하는 미국 남부 억양과 세상 다 살아본 눈빛으로 산전수전 겪어봤을 텍사스 레인저 둘을 상대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긴 장면이다.

또 다시 고민하며 영화를 보면, 결국 말하고 싶은 부분은 후반부에 몰려있다. 여러 주제가 있겠으나 어딘가 모르게 확실하지 않고 번잡난해한 영화다. 거꾸로 말하면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할 거리를 확실하게 던지고 싶은 부분은 주인공들의 대화에서 나오는 미국을 위시한 현대 자본주의의 뿌리깊은 모순에 대한 현재와 미래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텍사스의 황량한 도심이다. 한 벽면에는 '이라크를 세 번이나 갔다왔는데 정부는 우리 같은 사람을 구제할 생각이 없네'라는 낙서가 쓰여있고, 보여주는 거리마다 곳곳에는 폐업, 채무구제, 대출광고가 가득하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두 텍사스 레인저는 변두리의 작은 은행들을 터는 2인조 강도를 찾고 있다. 이 두 강도는 특이하게도 지방의 작은 은행만 털면서 10달러, 20달러 따위의 소액 지폐만 훔쳐간다. 이후에는 강도에서 쓴 차를 땅에 묻고, 다른 차를 써서 또 이런 방식으로 은행을 턴다. 모은 돈은 카지노에 가서 칩으로 바꾸고 또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현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둘은 형제로 형은 어릴 때부터 범죄를 일삼아 감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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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 D. in International Re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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