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유산
2022/12/24
제대를 하면 온 세상이 내 것이 되는 줄 알았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았고, 복학 전까지 한 학기 동안 알바라도 열심히 해서 집에 보탬이 되기 위해 당시 인기가 많았던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서빙 알바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창 어렸던 그 시절, 지금은 사라진 베니건스의 대구 황금점에서 제대 직후 나의 젊음을 불태웠다. 서빙 알바라는 게 어떻게 생각하면 그저 주문만 잘 받고 음식만 잘 가져다주면 되는 줄 아는 분들이 있을 텐데 사실, 서버의 역할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잠시 서버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서버는 레스토랑의 얼굴이다. 즉, 홀로 들어오는 고객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교감하며 응대하는 역할로, 뛰어난 센스와 빠른 대처 능력이 중요한 자리다. 그리고 패밀리 레스토랑의 특성상 메뉴 주문 후, 식전 빵, 음료, 애피타이저 또는 스타터, 메인 메뉴, 이후 주문 음식 반응 확인(Check back이라고 함), 중간중간 응대, 식후 접시 처리 여부, 디저트, 계산 그리고 재방문 요청 등 한 테이블 당 꼭 해야 할 들이 순서대로 있을 뿐 아니라 이 외의 모든 예상치 못한 일들을 밝은 표정으로 처리해야 한다.
베니건스의 서버로 일하면서 수많은 가족, 연인 손님을 응대했고, 수많은 외국인 손님도 맞이했는데 그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있다. 하루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흑인 커플을 유독 잘 챙겨드렸는데, 정장의 덩치 큰 흑인 남자분이 식사를 다하고 나가며 악수를 청하셨다. 난 그저 ‘그냥 잘 챙겨드려서 인사를 하시려나보다’ 했는데 악수를 한 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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