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2/08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존재해온 시간이 너무나 짧기 때문에, 지난 시간 동안 진화는 크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머리말에서부터 인간의 뇌가 한 가지 기술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변경되어 왔다고 언급한다. 뇌에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주목할만한 인간의 기술은 바로 '읽기'다. 심심한 사과 논란으로 촉발된 문해력이란 단어를 이 책 초반에 만날 줄이야.

저자는 현재 인간의 문해력이 인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껏 요즘 세대가 문해력이 좋지 않다고 비판해왔는데? 그러고 보니 과거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소수의 사람만이 문자를 읽고 쓰는 걸 익히고 향유해 왔다. 저자는 심지어 우리가 읽기 회로의 스위치를 스스로 끌 수 없다고 말한다. 읽었다는 자각도 하지 못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주어진 글자를 읽고 있다는 것. 이런 인지 능력은 문화적으로 구조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이며 억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읽는 법을 배우면서 우리의 뇌는 새로운 연결망을 형성하며 분화되는데, 이 연결망은 기억, 시각 정보 처리, 얼굴 인식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우리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읽고 쓰는 능력은 유전자 코드의 근본적인 변경 없이도 생물학적, 심리학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킨다. 성인의 95퍼센트가 읽고 쓸 줄 아는 사회는 5퍼센트만이 읽고 쓸 줄 아는 사회보다 평균적으로 뇌들보가 더 굵은 반면 얼굴 인식 능력이 떨어진다. 두 인구 집단이 유전적으로 구분되지 않더라고 두 집단 사이에 이런 생물학적 차이가 나타난다. 따라서 읽고 쓰는 능력은 유전적 차이와 상관 없이 문화가 사람들을 생물학적으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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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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