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2

cns21st
cns21st · 신학으로 세상 보려는 목사
2024/03/06
무의미의 배려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똥>은 무의미해 보이는 것, 무가치한 것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강아지똥은 버림받은 흙덩이가 농부 아저씨의 손에 들려 가는 모습을 보면서 연신 부러워한다. 흙덩이는 생명을 품고 싹을 틔우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아지똥 역시 민들레 꽃을 피워내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가치하고 무의미해 존재가 생명을 품다니!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는 무의미해 보이는 배꼽에 어머니가 끌렸던 이유, 왜 자신이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배꼽에 끌리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알랭의 어머니는 사람이 자신의 의지나 권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가르쳐 준다. 
네 주위를 둘러보렴, 저기 보이는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자기 의지로 여기 있는 건 아니란다. 너는 무슨 권리에 근거해서 존재하는게 아니야. 자기 의지로 끝내는 일까지도 그 인간의 권리를 수호하는 기사들은 허락해주지 않아.<무의미의 축제>, 132쪽
알랭의 어머니의 말처럼,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자기 의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치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존재이기 때문에 존재하게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명은 ‘무의미의 배려’로 존재한다. 무의미한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을 피워내듯 말이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는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에 세상의 질서가 혼돈에 빠지고 어지럽혀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왜 태어났니?라고. 그들은 자신이 생명을 품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며 만족해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작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은 우리의 선택으로 획득된 것이 아니다. 성, 눈 색깔, 태어난 시대, 나라, 부모 그 어느 것도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들이다. “중요한 건 뭐든 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이란 그저 아무 쓸데 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 있어. 그걸 얻겠다고 발버둥치거나 거창한 인권 선언문 같은 걸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들!”(133쪽) 알랭은 자신이 어머니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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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의 눈으로 인간, 세상사를 이야기하고 싶은, 젊지 않으나 젊게 살고자 하는 젊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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