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를 위하여> <너를 부르마>, 그리고 <광야에서>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9/14


3주쯤 전 경기도 민예총에서 주최한 민중가요캠프에서 하룻밤 놀고 왔다. ‘민중가요’라는 이름은 친숙하되 살갑지 않고 귀에 익되 혀에 붙지 않는다. 대학 시절 내가 불렀던 노래는 ‘민중’들이 만들고 ‘민중’들이 즐긴 노래는 아니었으며, ‘민중이란 무엇인가?’ 질문 들어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을 터이고, 그 자장에서 벗어나 살다 보면 위의 아내의 후배처럼 사묵 다른 세상의 노래처럼 느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캠프 며칠 전 민중가요 노래모임 꽃다지 운영자인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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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 캠프 가지? 우리도 거기 공연하러 가. 그런데 너 인터뷰 하나 해라. 영상물 만드는데 필요해서 그래. 그러니까 민중가요에 대한 네 생각과 현재적 의미와 니라니라.........” 
“아니 내가 뭘 안다고 그런 걸 해요.” 
“시끄러워. 걍 해. 현장에서 누가 너 찾을 거야. 적당히 대답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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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오마이뉴스
 

캠핑장에서 해 지기 전부터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얼굴에 취기가 오르는 차에 어김없이 누군가 카메라를 메고 찾아왔다. 술기운을 빌어 솔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 민중가요는 군가(軍歌) 같습니다.” 인터뷰하러 온 PD의 얼굴에 당혹감이 지나갔다. 이른바 ‘쟁가’라고 부른 투쟁가들은 기실 군가와 매우 음색이 비슷하다. 군가 <전선을 간다>는 가사 몇 단어만 바꾸면 그대로 ‘민중가요’가 돼 버린다. 그 얘기를 하는 건가 싶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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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는 군대 갔다 온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뭔가가 있지 않습니까. 전쟁을 실제로 치룬 전우들이라면 더욱 그렇겠구요. 정말 절실하고 뭉클한 노래가 되겠죠. 따라 부르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그 경험을 못한 사람이라면, 그 느낌을 공유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어색할 겁니다. 고래고래 군가 부르면서 흥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죠. 그런 뜻에서 하는 얘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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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인터뷰어의 표정에서 아 이 자슥이 헛소리...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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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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