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를 떠났다. 나는 더 이상 동료들과 게임을 만들 수 없다.

한심한 기획자
한심한 기획자 · 판교와 테헤란로를 떠도는 한심한 사람
2023/12/11
게임업계를 떠났다. 뿌리 사태 때문이 아니다. 이미 그 전부터 개인의 한계를 많이 느꼈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것은 많았지만 실패의 교훈으로 재기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제 '그들만의 상식'이 통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사람들과 어울릴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게임업계에서 '도망쳤다'

이 글을 올려봤자, ‘또’ 메갈리아 이슈에 말 얹는 페미니즘에 미친 사이코 새끼가 이런 글을 올린다는 비난을 하고, 누군가는 용기가 없으니 쫄아서 ‘친 페미’ 업체에 글을 올린다고 나를 비난 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 이슈 클리핑 사태에 이 글을 적당히 캡처해서 레벨 올리는데 쓸 것을 나는 안다.

반대로, 얼룩소에서 인권의 측면에서 페미니즘을 긍정하고 잘못된 압력에 의한 사측의 부당한 행동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얼룩커 입장에서 ‘또 게임계 페미니즘 이슈야?’라고 별 생각 없이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든, 그래도 한 번만 내 이야기를 죽 읽어보길 바란다. 적어도 당신이 모르던 이야기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옛날 게임 캐릭터에 목소리를 출연한 성우가 트위터에 메갈리아라는 사이트를 지지하는 말을 쓴 것이 발견되었고, 이 이유 때문에 성우가 교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때 성우와 게임사와의 관계는 고용관계가 아니었고, 사용권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유연’하게 진행되었다. 단순히 유저 불만에 의한 리소스 교체고,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사측에서는 주장했다. 

몇 달 뒤, 게임업계에서는 회사에서 자살하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였다. 사실은 회사 밖에서 자살하는 동료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있었지만, 집에서 혹은 모텔방에서, 혹은 차 안에서 자살할 때에는 소식이 없던 사람이 화장실에서 목을 메고, 좁은 회의실 창문에 억지로 몸을 집어넣어 회사 앞 공원에서 발견되고 나서야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동안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도, 무언가를 했다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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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한 일도 많고, 어쩌다 잘된 일도 있었던것 같고, 지금 상황이 최악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한심한 사람이고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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