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 일기] 5. 보톡스의 기로에 서서

신예희
신예희 인증된 계정 · 위인입니다
2024/04/01
꿈은 클수록 좋다지만, 모든 꿈이 다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현실과의 간극이 커질수록 마음이 짜르르 아려오기 때문인데… 대체 무슨 소리냐고? 요즘 나는 ‘몇 살로 보이고 싶은가’와 ‘실제로 몇 살로 보이는가’ 사이에서 몹시 방황하는 중이다. 여기까지만 써도 벌써 추접스럽지만, 나도 나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런다. 나의 이성은 딱 내 나이의 건강하고 쾌활한 여성으로 보이면 되는 거 아니겠냐는, 정말이지 너무나 이성적이고 건전한 소릴 한다(재수 없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절대 그렇지 못하다. 어떻게든 30대로 보이고 싶어 하는 40대 후반이다. 온 우주에 깊이 사과드린다.
 
하지만 분명 나는 언제나 귀엽고 깜찍했다. 짧게 다듬은 상큼한 머리, 화려한 원색의 옷차림을 즐겨 하는 멋진 나, 완전 괜찮잖아!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그 괜찮다는 모습은 어째 하나같이 셀카에만 담겨있다. 턱을 아래로 당겨 목주름을 감추고, 입술을 쭈욱 내밀며 볼살을 줄이고, 눈을 한껏 치뜬 후 뽀샤시 필터를 적용한 소중한 셀카. 그러다 다른 사람이 찍어준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발견하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아니 쟤는 대체 사진을 왜 이따위로 찍고 그럴까? 이런 건 알아서 지워야 할 것 아냐. 그러나 실은 그게 현실이겠다. 쓸데없이 잔혹한 현실.
 
주변에서 한마디씩 한다. 중년의 위기인 거냐고. 뭣이? 이 유명한 표현을 처음으로 한 건 심리학자 카를 융이란다. 융에 따르면 이런 감정 문제는 마음이 병들어서가 아니라 건강하다는 증거이며, 마음 스스로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중에 일어나는 거란다. 인간은 약 40세 전후에 중년기를 맞이하니, 그때부턴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생의 후반부를 맞이해야 한다고. 여기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다 갑자기 멈칫. 잠시만요, 삶의 후반기요? 벌써?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엔 종종 8, 90년대 뉴스의 시민 인터뷰를 캡처한 이미지가 올라오는데, 외모만 봐선 50대 같지만 실은 30대라며 유머로 소비하는 거다. 같은 나이라도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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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차 프리랜서. 글, 그림, 영상, 여행, 전시 작업에 관여합니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어쩌다 운전>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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