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디우스 매듭, 자르다 지친다

김민하
김민하 인증된 계정 · 정치병연구소장
2023/03/07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제 컵에 물이 반이 찬 것이고 나머지 반이 곧 찰 거라고 했다. 우리 정부의 예상되었던 아주 파격적인 ‘해법’ 발표에 대한 일본의 상응조치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언론 보도를 보면 ‘재단’에 일본 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자율적 기부를 막지 않겠다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라는 게 근거다. 하지만 이건 논점이탈이다. 여기서 논점은 피고기업 즉 가해기업, 그러니까 ‘전범기업’이 ‘재단’에 참여할 것이냐이기 때문이다. 

가해기업들은 이 문제는 1965년에 이미 다 해결됐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즉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의 성격이 있는 ‘재단’ 출연은 여전히 어렵다는 거다. 이들이 돈을 낼 가능성이 있는 대상은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한일 양국 청년들에 장학금 지급 등을 위해 만든다는 ‘기금’이다. 그것도 직접 참여가 아닌 게이단렌을 통한 우회 참여가 유력하다. 그런데 이 ‘기금’은 강제동원 문제와는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가해기업의 ‘재단’ 출연 여부는 ‘재단’이 제3자변제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법적 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민법과 대법원 판례는 채무자를 대신해 채무 변제를 할 수 있는 ‘제3자’를 채무자와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일 것으로 규정한다. 만일 가해기업의 출연이 없다면 ‘재단’은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볼 여지가 확연히 줄어든다. 또 정부는 재단을 통한 구상권 행사에 대해서도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이 역시 ‘제3자’의 지위 논란을 키우는 법적 쟁점으로 남을 것이다.

원고 측 생존자 즉 피해자 3인은 정부 해법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 경우 재단은 판결금(정부는 배상금이라는 표현을 일절 쓰지 않고 있다)을 법원에 공탁한다. 그런데 공탁 여부와 관계없이 이 경우에도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재산 강제 매각을 강행해달라고 요청을 할 권리를 그래도 행사할 수 있다. 만약에 이런 일이 되면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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