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넷 페미니즘”의 배경과 역사 - 사이버 공간과 페미니즘(2)

실컷
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7/02
넷 페미니즘 허스토리(이미지 출처-한겨레)

“한국식 넷 페미니즘”의 배경과 역사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증후군)가 한국을 휩쓸었을 때 ‘디시인사이드’라는 웹사이트 내에 ‘메르스 갤러리’에서는 질병 자체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보다는 홍콩에 여행간 한국인 여성 두 명이 본인들이 메르스 의심 환지인지 모르고 격리를 거부한 것을 비난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이 때 몇몇 갤러(갤러리 이용자)들이 메르스에 걸린 최초 환자가 남성이었고 그가 슈퍼 전파자였다는 사실은 문제 삼지 않고 여성 두 명을 저격하며 홍콩에 명품을 사러 간 ‘김치녀, 된장녀’라고 비난하는 글에 반박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여성 갤러들은 여태까지 여성혐오적인 수많은 인터넷 용어와 문화들을 문제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혐오하는 문화는 이전부터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그런 문화 자체를 문제시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검열하던 여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그들은 이를 비판하기 위해 기존 수많은 여성혐오적 글들의 여성 대상을 남성으로 바꾸어 그대로 글을 게시했다. 어떤 남성 갤러는 ‘저 게시글의 작성자가 여자라고? 여자가 저런 말을 할 리가 없어. 남자들이 장난치고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내보였고 여성들은 이런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즐기며 여성들도 이런 말을 할 수 있고, 남성들도 대상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미러링’이라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이 사건은 그 동안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만연하던 사이버 공간뿐만 아니라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던 한국 사회에 으름장을 놓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이런 사이버공간을 통한 선언은 메르스 갤러리가 처음은 아니었다. 1990년대 한국에서는 영 페미니스트들이, 호주에서는 비너스 매트릭스(VNS Matrix)라는 사이버페미니스트 예술 동맹이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PC통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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