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빈 · 유전학과 인과추론을 공부합니다.
2023/02/13
우생학과 진화생물학의 오랜 인연

진화생물학과 우생학의 연결성은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로운 과학사적 주제입니다. 1900년대 중반까지도 진화생물학자가 우생학적 주장을 하는 것은 일탈이 아닌 아주 일반적인 일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로널드 피셔 (1980-1962)로 그는 현대 통계학의 아버지로도 알려진 인물입니다.
로널드 피셔 경 (1980-1962),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그의 업적은 유전학, 통계학, 진화생물학을 아우르며 그 방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1]. 동시에 그는 우생학을 본인 삶에서 직접 실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낮은 계층의 번식력에 대항해 상류층 역시 자손을 많이 남겨야 한다는 일념 하에 본인 역시 여덟 명의 자녀를 가졌습니다 [2]. 아이들의 양육은 모두 그의 배우자의 몫이었지만요. 이런 괴팍한 성격 때문에 말년의 그는 더 이상 영국에서 지낼 수 없었고 그의 가족은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우생학 연구의 중요한 특징은 피셔와 같은 "훌륭한 과학자"가 대거 참여했으며 현대의 관점에서 윤리적이지 않은 목표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현대 통계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귀분석의 이론은 피셔와 마찬가지로 우생학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프랜시스 골턴 (1822-1911)나 칼 피어슨 (1857-1936)이 개척했습니다. 애초에 회귀 (Regression)라는 이름부터 골턴의 우생학적 연구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3]. 궁극적으로 현대의 통계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당시의 우생학은 내용적인 면에서도 역사적인 면에서도 공통된 뿌리를 갖는 것입니다.

가치중립적이라 여겨지는 통계학도 나쁜 방향으로 얼마든지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보다 더 생명 현상과 가까운 진화생물학이 우생학적 결론을 정당화하는데 사용될 수 있음은 자명합니다. 비록 우생학이라는 조류는 2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쇠퇴하여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그 막대한 영향은 지금도 각 분야에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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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 수학과 의학을 공부했습니다. 유전학과 인과추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부업으로 유전체를 효율적이고 고속으로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합니다. 얼룩소에는 진화와 통계학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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