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일하는 여성

신효진
신효진 · 안 되면 되는 거 해야죠..
2022/11/16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연구자료를 자주 찾아봅니다. 그것이 제가 하는 일과 관련 있기도 하지만, 어떤 흥미로운 연구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공동체에 기반해 있으면서 동시에 비영리가 아닌 영리의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조직들을 포함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 읽다가 요즘 꽂힌(?) 내용은 여성, 일하기, 사회적경제입니다.

일하는 여성, 살림하는 여성
남성이 가장으로 밖에서 일하고 여성은 가사, 육아, 간병 등 가정 내 노동을 담당하는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 있잖아요. 고도의 경제성장기, 종신고용과 연공임금을 보장하는 고용 시스템 속에서 가능한 그 모델 말이죠(적어놓기만 해도 아주 먼 과거의 이야기 같은 느낌입니다). 고용과 임금이 안정적이라는 대가로 정직원은 장시간 노동을 피할 수 없었고 그래서 가사노동은 불가능했습니다. 그 역할을 누가 떠맡았을까요? 대부분은 여성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를 떠올리면, 일하는 아빠와 살림하는 엄마가 여러 친구의 가정생활(?)에 있어 디폴트 값이었어요.

저희 집은 아니었습니다. 일하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집에 돌아와 다시 살림하는 엄마가 있었죠. 결혼과 출산 과정을 거치며 경력 단절을 겪은 엄마가 노동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엄마에겐 그 좁은 문밖에는 없었겠구나 싶어요. 그렇게 제한된 선택지 중에서 선택을 내렸고, 엄마는 가정 밖에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됐습니다. 가끔 엄마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무엇을 했고, 무엇을 경험했고, 무엇을 기억하는지-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 그 여성을 마주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고,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며, 어떻게 일을 한다’는 그녀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참 좋아요. 

하지만 그렇게 일하는 엄마도 가사돌봄 노동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살림’이라는 이름의 책임을 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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