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조져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나도 좋겠습니다.

노경호
노경호 · 연구자
2023/08/02
한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모든 나라의 흥망성쇠를 역사책으로만 배우는 우리로서는 멸망의 가장 극적인 순간들만을 기억하지만, 사실 사회적 격변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짧은 일생으로는 조망하기엔 너무 천천히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당장 기후위기만 해도 그렇다. 폭염으로 인한 각종 질환과 폭우로 인한 여러 사고를 지금도 온갖 산업현장에서 내뿜는 온실가스와 연결짓는 것은 쉽지 않다. 대비하기 어려운 재해가 점점 잦아지겠지만, 후세대의 누군가에게 그것은 일상이 될 것이다. 통시적으로 보면 인류는 뚜렷하게 ‘집단자살’의 길을 걷고 있지만, 개개인의 삶은 그 경향의 아주 작은 부분에서만 이뤄질 뿐이다.

우리 사회가 처한 멸망의 위기는 그나마도 꽤 가시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앞의 사례에 비해 조금은 극적인 편인 것 같다. 실제로 이 사회에서 사람이 더 이상 새로 태어나고 있고 있다. 이보다 더 극적인 것은 자살률, 특히 교육현장에서의 자살률이다. 이번 서이초 초등교사의 사망 사건부터 6년간 교사들의 자살이 100건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 사회에서 그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교육의 기능이 마비된다면, 사회는 같은 모습으로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교사들의 자살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바로 그 징후인 것 같다. 

그 와중에 ‘한 유명 웹툰작가’가 장애를 가진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던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양한 매체에서 ‘호감’인 모습을 비추던 그가 실은 주도면밀하다 못해 악질적으로 20년간 본분에 매진해온 특수교사를 아동 학대범으로 몰고 간 그 과정을 보며 사람들은 분노와 비난을 쏟아낸다. 그러나 나는 그와 같은 행동이 그의 ‘평소 인격의 수준’ 혹은 ‘있는 놈들의 갑질’ 따위의 설명변수를 배제하고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장애인을 이런 식으로 대우하는 사회에서 부모가 갖게 될 자연스러운 태도에 관한 것이다. 물론 나에게는 누군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도, 혹은 그 마음을 다 아는 양 떠벌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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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대철학과 정치철학을 공부합니다; 번역: <정치철학사>(공역, 도서출판길, 2021),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23); 신문 <뉴스토마토> 시론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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