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에 퍼퍼위
2024/11/29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허연 <내가 원하는 천사> 中
얼음과 불은 분명 양극단에 있습니다.
그래서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과 대장장이는 괴리됩니다.
괴리. 어그러질 괴(乖)를 씁니다.
괴리, 괴상, 괴팍 할 때 '괴'입니다.
괜한 괴리를 지켜본 한 주였습니다.
너 열심히 살았잖아
이번주엔 기자들과 여의도에서 송년회를 했습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이었습니다.
괜찮아. 너 열심히 살았잖아
그러니까, 이 얘기를 해준 건 경제지 기자였습니다.
같이 인턴을 하고, 지금은 경제지 기자가 된 그녀가 건넨 뜬금없는 응원이었죠.
남의 입으로 그런 말을 듣는 건 못내 겸연쩍었지만 딱히 부정할 수도 없었습니다. '누나와 내 삶은 서로 분명히 괴리돼 있었는데...'라고 생각할 틈도 없었습니다. 거리낌 없는 돌직구에 얼어버린 타자처럼 멍하게 앉아있었을 뿐이었죠.
지난주 언론사 필기 시험장에서 우연히 제가 아는 언시생을 만났습니다. 우연 of 우연으로 그녀는 제 바로 뒷자리에 앉아 필기시험을 쳤습니다. 끝나고 나오는 길에 몇 마디 대화를 나눴습니다. 끝엔 이런 말도 덧붙였죠.
- 와, 오빠 진짜 열심히 사네?
-...
또다시 '한 사람'조차 되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재수해서 제가 다니던 대학에 1년 후배로 입학한 고등학교 친구가 있습니다. 그때도 연말 송년회였습니다.
- 이제 와서 얘기하지만, 난 너가 서울대 갈 줄 알았어.
-... 뭐래
- 공부밖에 안 하고, 심지어 잠도 안 자.
- (주위 고등학교 동창들이 일제히 끄덕끄덕 하며) 맞지.
'이제 와서 하는 얘기'는 또 있습니다. 고3 같은 반 친구와 같은 시험장에서 수능을 봤습니다. 그 친구가 저 때문에 재수를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나 너 때문에 재수했어.
- 응?
- 수능 국어 치고 쉬는 시간에 너가 나한테 '망했다'고 했잖아. 그때 '아 얘는 망하면 안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