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한국엔 절대로 방문하지 못할 피아니스트라면, 유럽까지 날아가서도 얼마든지 연주회를 직접 듣고 올 수 있는 세상이고, 실제로 딱 그 연주회만을 위해서 (혹자는 이왕 거기까지 가서 아깝지 않냐고 하지만, 시간도 돈도 없고 귀찮아서도) 비행기를 타기도 한다. 직장인이라면 휴가 또한 하루라도 더 비축하고 싶을 정도로, 오히려 제일 아까운 법이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특별한 연휴 시즌이 아닐 때 주간 5일 근무를 한다면,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최대한 빨리 뜨는 비행기를 타는 편이 최적이다. 아무튼 그렇게 저녁에 서둘러도 공항까지 이동하고 수속하는 시간 등 고려하면 십중팔구 심야 시간에 출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지 시각으로 금요일 저녁 연주회는 가기 어렵고, 주말 중에서도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 중 연주회를 가야, 또 빨리 돌아와서 월요일부터 (휴가를 쓰지 않고) 근무를 할 수 있다. 이렇게는 실제로 시도하지 못하고 월요일 하루는 휴가를 써야 하는 시나리오가 많았는데, 장거리 비행기 운항이 어디 그렇게 기차나 버스 시간표 같겠는가. 특히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여러 목적지 가운데 여지를 두고 선택할 수 있으니 그나마 낫지만, 현지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유일한 선택이기 때문에 더더욱 일정을 착착 아이들 타임 없이 맞추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휴가를 안 쓰고 주말을 온전히 활용해 장거리 비행을 하고 오면 낭비가 없이 뿌듯한 느낌이 들지 몰라도, 승무원들보다도 빡빡한 단위 비행 경험이니 몸에 무리가 생기고 정상 출근을 해도 실제로는 근무 효율이 오르기 어렵다(생체 시계 및 여타 등등의 이유로)!
아무튼 조금 몸에 무리가 따라도 실연을 못 들을 연주자가 없을 시대에, 필자보다도 연배가 위인 연주자임에도, 또 내한을 안 하는 연주자가 아님에도, 어째 연이 안 닿아서인지 실연을 꼭 듣고 싶은 바람이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그 주인공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