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하늘을 먹고-동학에서 말하는 '먹음'의 문제
2024/02/01
먹음, 가장 중요한 하지만 자꾸만 잊혀지는...
사람은 먹습니다. 먹어야 삽니다. 그리고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에 터 잡고 살아가는 모든 유기체들은 먹어야 합니다. 생명을 담은 유기체들은 저마다의 욕망과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만, 이 먹음에의 유혹은 포기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먹음은 생명을 이어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유기체도 무엇이든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런 저런 조건과 환경 때문에 자의, 타의로 먹는 일을 멈출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그 끊음에는 시한이 있고 제한이 있습니다. 유기체에게 무제한적 금식은 죽음 말고는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먹음과 그것을 위해 가공하는 능력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유기적 존재자에게는 필수부가결한 것이 됩니다.
그런데 종종 먹음은 우리 관심의 중심에서 멀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다른 어떤 시대보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지금 이런 현상은 더 심해졌습니다. 아니 어쩌면 먹음에 관한 인간 행위의 가치를 조금 낮게 보는 것은 전통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 사회에서 주로 음식에 관한 일을 다루는 이는 여성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살림살이에 전념하는 여성들을 ‘부엌데기’라 낮춰 부르고, 사회적으로도 남자들보다 무시하거나 간과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먹을 재료를 식별하고, 그것을 가공하고 조리하는 것만큼 인간의 생활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없거늘, 그런 행위와 능력에 대한 가치부여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두터운 철학사나 역사책에는 경외의 마음을 갖지만, 총천연색 사진과 단출한 문장의 레시피로 이루어진 요리책은 그리 무겁게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요리책은 잘 가꾸어진 서재가 아니라 주방 어디...
독일 Marburg대학교에서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학위 후 귀국하여 지금은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 관심 분야는 ‘동아시아 종교’와 ‘해석학적 문화 비평’이며, 제대로 된 <한국종교사상사>를 펴내는 오랜 꿈을 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