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정영일 인증된 계정 · 전 기자, 현 직장인
2023/03/30



진동, 그리고 ‘모퉁이’ 로 시작하는 노래 가사가 웅얼거린다


싸구려 핸드폰은 여전히 군대 가기 전, 그대로의 모닝콜로 맞춰져 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던 노래인 김연우의 연인은, 컬러링으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노래로 등극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모닝콜이 되자 나조차도 ‘극혐’ 수준에 이르렀다.  

군대를 전역하기도 전 마지막 휴가를 나와 공장으로 향했다. 추운 겨울 새벽이슬조차 꽁꽁 얼어버린 그 시절 졸린 눈을비비고 출근 버스에 몸을 맡겼다. 출근버스의 출발 지역이 하필 집 근처였기에, 1시간 30분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대 장정이었다. 군인정신이 아니었다면, 아마 도전조차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물론 내가 받아들여야 할 상황 또한 한몫했다. 군대를 마쳤지만, 내가 보낸 2년 외엔 내 주변의 상황은 크게 나아져 있지 않았다. 돈이 가장 큰 문제였다.     

까까머리에 할 줄 아는 것 없는 대학 1학년 휴학생 신분에게 기회는 많지 않다. 알바천국을 뒤져 ‘00 파워, 일주일 내 출근 가능, 만근 시 인센티브’ 따위의 키워드에 홀려 전화를 걸었고, 전화면접으로 채용은 확정됐다. 며칠은 더 놀고 싶은데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뒤로하고, 20대 첫 직장은 정수기 공장으로 낙점됐다.  

출근과 동시에 먼저 도망간 추노 노동자의 점퍼를 건네받았다. 내 업무를 안내한 40대 중반의 과장님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훔쳐갈 수 있으니 옷에 대한 보증금 3만 원을 내야 합니다”라고 했다. 누가 입었는지, 어떤 사람이 입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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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otc 영업사원이었으며, 전자신문에서 5년간 근무했다. 현재는 다시 회사원이 됐다. 책을읽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쓴다. 이것은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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